[성남/윤재갑 기자] 성남시가 지난 4년 동안 내세운 핵심 단어는 ‘재검토’였다. 문제는 이 재검토가 멈춤을 의미해 왔다는 점이다.

이전 행정부에서 이미 세부 계획과 예산까지 확보한 주요 SOC 사업들, 즉 도로·공영주차장·도시공원 조성 등 생활 기반시설들이 신상진 시장 취임 이후 줄줄이 멈춰 섰다. 재정비를 위한 일시적 조정이라기엔 기간이 너무 길고, 그 여파는 시민들의 일상으로 직격탄이 되어 돌아오는 중이다.

성남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강상태 성남시의원(도시건설위원회)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계획과 예산이 모두 확보되어 ‘임기 내 준공’이 가능했던 사업들이 하나같이 중단 혹은 지연되면서 2028년 이후로 대부분 이월되는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준공 시점을 미뤄버린 책임이 단순 행정 절차 때문인지, 혹은 전임 행정부 사업 흔적을 지우기 위한 정치적 판단인지 시민들은 알 수 없다. 다만 명확한 것은 완성되지 않은 시간의 비용을 시민이 떠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왕저수지 수변공원, 시흥~사송 도시계획도로, 시흥동 370번지 공영주차장, 금토동 소로1-31번길 도로 사업 등은 그 지연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원이 멈추니 생활 환경 개선은 제자리이고, 도로 개설이 멈추니 교통 흐름이 답답해진다. 주차장은 만들어지지 않아 주민 불편만 누적된다. ‘재검토’라는 행정 용어는 중립적이지만, 이로 인해 삶이 어려워지는 시민들의 감정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재개발 지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산성지구, 수진1, 신흥3 등은 성남시 도시 재생의 핵심 축이지만, 사업 추진 지연으로 통학 안전부터 주차난, 소음·교통 혼잡까지 일상적 불편이 늘어나고 있다. 원도심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되기는커녕 더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상태 의원은 이를 두고 “준공 없는 4년은 시민의 시간과 기회를 빼앗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 말 속에는 ‘재검토’라는 말로 덮어버린 행정 공백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경고가 담겨 있다. 멈춘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새롭게 짜겠다는 일정과 근거를 시민 앞에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편 지방행정의 성패는 결국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평가된다. 계획은 있었다. 예산도 있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진행이다. ‘멈춤의 시간’을 끝내고, 성남시가 제자리로 돌아갈 때다. 시민은 더 많은 지연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