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윤재갑 기자] 성남시의 인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제14차 성남시 인사위원회에서 5급 승진자 10명 중 6명이 승진후보자 명부에 처음 이름을 올린 인물로 확인됐다.

공직사회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성남시 안팎에서는 “시장 입맛에 맞는 사람만 승진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공정 인사라는 행정의 근본이 무너졌다는 절규다.

인사는 조직의 신뢰를 세우는 핵심 축이다. 하지만 성남시의 인사에서는 그 신뢰가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성과와 경력 대신 ‘시장의 눈치’가 승진의 기준이 되고, 묵묵히 일해온 직원은 외면당하고 있다. “이제는 열심히 일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체념이 공직사회에 번지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병든 조직의 자화상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6월 제9차 인사위원회에서도 국장급(4급) 승진자 다수가 퇴직까지 수년이 남은 젊은 과장들로 채워지며 ‘특혜 인사’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성남시는 “능력 중심 인사”라고 강변했지만, 넉 달 뒤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됐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신상진 시장의 인사 철학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증거다.

최종성 시의원이 “시장이 좋아하는 사람은 단숨에 승진하고, 묵묵히 일한 사람은 이름조차 잊힌다”고 비판한 것은 결코 과하지 않다. 지금 성남시의 인사는 공직사회를 분열시키고 시민의 신뢰를 갉아먹는 독(毒)이 되고 있다. 이런 인사 앞에서 행정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인사는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신상진 시장의 인사는 “망사(亡事)”, 곧 모든 것을 망치는 일이 되고 있다. 인사가 정치적 보은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시장의 기분에 따라 승진이 좌우되는 현실은 지방자치의 퇴행이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던 시장이 오히려 불공정과 불신의 상징이 되고 있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시장 본인에게 있다.

신상진 시장은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나 미화가 아니라, 철저한 제도 개혁이다. 인사 과정을 전면 공개하고, 외부 검증 절차를 도입하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승진하는지 시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행정을 바로 세우는 유일한 길이다.

공정하지 않은 인사는 결국 무능한 행정을 낳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신상진 시장은 “공정의 붕괴”가 곧 “시정의 붕괴”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의 인사 행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성남시 행정은 더 이상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