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장초복 기자] ■ ‘금오상생페스타’ 후원 논란이 던지는 지역사회의 질문

의정부시가 지역 상권 활성화를 내세워 개최한 금오상생페스타’가 시 예산 한 푼 없이 특정 건설업체의 수억 원대 후원금으로 진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행사 취지 자체는 분명 긍정적이다. 침체된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는 목적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그 ‘선의(善意)’의 이름 뒤에 숨겨진 공정성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 ‘사회 환원’인가, ‘관계 형성’인가

이번 행사에 거액을 후원한 A건설업체는 의정부 지역에서 다수의 도시개발사업과 아파트 인허가를 진행 중인 기업이다.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시와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이 시 주관 행사에 수억 원을 후원한 것이 적절한가”라는 질의가 이어졌다.

이쯤 되면 단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즉 사회적 책임의 차원을 넘어선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혹시 인허가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역 환원’이라 주장할지 모르지만, 공공행사가 특정 기업의 자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순간, 행사의 주체성과 독립성, 나아가 행정의 중립성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시민들은 결국 행정에 대한 불신의 벽을 쌓게 된다. “시민을 위한 축제인가, 기업을 위한 행사인가”라는 질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 공공행사의 재정 책임은 행정의 몫이다

지역 상권을 살리겠다는 공공 목적의 행사는, 본질적으로 행정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공공의 영역은 시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며, 그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다.

만약 행정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민간 기업의 ‘기부’에 의존한다면, 이는 예산 편성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행정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이 ‘전액 부담’ 형태로 참여할 경우, 그 의도를 의심받지 않기 어렵다.

공공행사는 특정 이해집단이 아닌 시민 모두를 위한 장이 되어야 하며, 그 재원 역시 공개적 절차와 시민적 합의를 거쳐 마련되어야 한다.
행사 예산의 출처와 사용 내역이 명확히 공개되고, 감사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만 진정한 투명성이 확보된다.

■ 의정부시와 시의회의 책무

이번 논란은 단순한 ‘후원 논쟁’이 아니다.

이는 의정부시와 시의회가 공공행사의 재정 구조와 후원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1. 예산 원칙의 확립
상권 활성화나 지역 축제 등 공공 목적의 행사는 시 예산을 반드시 일부 투입해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예산 제로’ 행정은 공공 책임 회피일 뿐이다.

2. 후원 구조의 투명화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의 대규모 후원은 원칙적으로 지양해야 한다. 불가피하다면 후원 한도와 공개 규정을 명문화하고, 사용 내역을 시민에게 즉시 공개해야 한다.

3. 행정의 개입 배제
시는 행사 운영 과정에서 ‘시민 안전 관리’ 외의 부분에 어떠한 개입이나 간접 지원도 없었음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행정이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면, 모든 선의는 오히려 의혹으로 바뀐다.

■ 공정성은 행정의 신뢰이자 지역사회의 자산

‘금오상생페스타’ 논란은 단순히 하나의 축제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은 공정성이라는 시대적 가치 앞에서 행정과 기업이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지역사회 전체에 던지고 있다.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이 불투명하다면 ‘선의’는 곧 ‘불신’으로 변한다.

공공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행사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하며, 그 모든 절차는 공정성의 원칙 위에 서야 한다.

의정부시와 시의회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공공행사 예산의 편성·집행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공정성은 단지 행정의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신뢰 기반이다.

투명한 절차 위에서 시민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축제,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상생(相生)’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