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윤재갑 기자] 성남시의 주차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도심은 늘 막히고, 주택가 이면도로는 빽빽하게 들어찬 차량들로 몸살을 앓는다. 시민들은 매일같이 주차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그 부담을 덜어줄 공영주차장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주차난 해소를 위해 추진하던 공영주차장 조성사업이 잇달아 중도 해지됐고, 그 과정에서 수억 원의 예산만 허공으로 날아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시정이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일 열린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강상태 의원이 지적한 내용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금토동, 판교동, 삼평동 등 공영주차장 조성 예정지에서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까지 진행됐음에도, 감정평가 결과나 민원 등을 이유로 사업이 잇달아 중단됐다.

그 결과 삼평동 669번지 한 곳에서만 약 3억 4천만 원의 용역비가 매몰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다른 지역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작 시민들이 기대하던 주차장은 하나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계획이 잘못됐던 것인가. 아니면 추진 의지가 부족했던 것인가. 강 의원은 “일부 민원에 따라 손쉽게 사업 방향을 틀어버리는 행정이라면 주차난 해소는 요원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공영주차장 조성은 사소한 민원이나 감정평가액 차이만으로 쉽게 포기할 성질의 사업이 아니다. 시민 생활과 직결된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는 중도 해지 사유와 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조차 내놓지 않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번 사태가 신상진 시장이 내세운 시정철학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상진 시장은 취임 후 “공정과 상식으로 신뢰받는 행정”을 거듭 강조해왔다.

그러나 시민 혈세가 투입된 사업이 줄줄이 좌초되고, 의회와 시민에게 충분한 보고도 없이 수억 원의 매몰비용만 남은 현실은 그 약속과 거리가 멀다. 설명 없는 중도 해지, 책임 소재 불분명, 정산자료 부실 정리 등은 행정 신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

성남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첫째, 이번 공영주차장 사업 중단의 경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는 일이다. 시민과 의회가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 행정은 더 큰 불신을 부를 뿐이다. 둘째, 주차난 해소라는 본래 목적을 다시 중심에 놓고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민원 조정 절차를 체계화하고, 토지 확보나 설계 과정의 기준을 강화하여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주차 정책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정작 가장 큰 피해는 시민과 지역 상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매일같이 주차 문제로 불편을 겪는 이들에게 “사업이 중단됐다”는 통보만큼 무책임한 행정은 없다. 성남시가 내세운 ‘소통행정’이 말뿐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길은 오직 투명한 공개와 책임 있는 설명뿐이다.

한편 성남시는 지금, 답해야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그것이야말로 ‘공정과 상식’을 향한 첫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