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갑/국장]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임원 연봉이 일반 직원보다 두세 배나 빠르게 치솟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성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최종성 의원이 2026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며 드러낸 내용이다. 공공기관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성과와 책임에 따른 보수’라는 기본 원칙은 이 공사 앞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무너져 내린 듯하다.

최 의원의 분석은 더 노골적이다. 사장 연봉은 1년 새 18.7% 올랐다. 본부장은 8.4%, 2급 직원은 7.3%. 그런데 가장 많은 시민과 민원을 상대하고 조직을 떠받치는 일반 직원의 인상률은 3%에 불과했다. 임원 연봉만 비약적으로 오르는 이 기형적 구조는 도대체 어떤 근거와 평가를 통과했는지 알 길이 없다. 공공기관 관료 몇 명의 편의에 따라 보수가 책정됐다면, 이는 단순한 불균형이 아니라 공적 시스템을 훼손하는 행위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장려수당’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수당이 사실상 고정급으로 굳어졌다는 점이다. 장려수당은 경영 성과가 있을 때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그런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이 수당을 성과와 무관한 월 정액으로 지급하고 있었다. 지급 기준도, 산정 근거도 없다. 말하자면 ‘성과 없이 받는 성과급’이라는 황당한 구조가 공공기관 내부에서 버젓이 운영돼온 셈이다.

최 의원이 확인한 자료는 더욱 충격적이다. 사장과 본부장의 연봉 안에 이 장려수당이 이미 포함돼 있었다. 규정상 별도로 지급해야 할 수당이 ‘연봉 속 고정 급여’로 둔갑한 것이다. 이는 실수가 아니다. 규정을 무시하거나 이해하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어느 쪽이든 공기업 보수체계를 총체적으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다.

공공기관의 임원 보수 문제는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기본 신뢰를 지키는 문제이고, 시민 눈높이에 맞는 공공성을 유지하는 문제다. 가장 투명하고 가장 엄격해야 할 공공기관이 내부에서조차 규정 하나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임원 보수를 제멋대로 운영해왔다면, 이는 ‘관리 부실’이 아니라 ‘관리 포기’에 가깝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오랫동안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그럴수록 공사는 기본 규정과 절차를 누구보다 정교하게 운영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보수체계 논쟁은 그 최소한의 기준조차 놓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신뢰 회복의 출발선은커녕, 출발선 앞에서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이다.

최종성 의원은 “특정 임원에게 유리한 보수 운영은 직원 간 신뢰를 무너뜨리고 시민의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정 공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기관이 시민 위에 군림하듯 보수체계를 마음대로 주물러 온 관행에 대한 경고다.

한편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지금이라도 보수규정을 원점에서 재정비해야 한다. 성과 없는 장려수당, 기준 없는 인상률, 검증 없는 보수 산정이 모든 것이 ‘공공기관의 민낯’이라는 비판을 더는 받지 않도록 말이다. 공공기관은 시민의 신뢰 없이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 기본 중의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