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윤재갑 기자] 성남시의 정치 지형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26일 성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협의회가 신상진 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방정치에서 여야 대립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 사안은 단순한 말썽 수준을 넘어서 시정 운영의 기본 원칙과 행정의 신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다.

가장 핵심에 놓인 것은 신 시장이 진행해온 ‘2025 소통라이브’ 방송이다. 민주당협의회는 이 방송이 과장된 홍보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사전선거운동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을 받았음에도 관련 공문을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통을 내세운 시장의 방송이 되레 시민과 행정 사이의 신뢰를 뒤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시정소식지 ‘비전성남’ 6만 부가 신청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한꺼번에 발송된 사건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의혹까지 제기된 만큼 단순 실수로 넘길 문제인지 행정은 더 명확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행정이 시민 정보를 다루는 태도는 ‘투명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 원칙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의회 내 갈등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협의회는 행정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에서 허위 발언을 반복했다며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상임위원 사보임을 합의 없이 강행하려 했다는 비판까지 더해지면서 의회 운영은 파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방의회가 본래의 기능인 ‘견제와 협의’를 잃고 갈등의 장으로 변질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민주당협의회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신상진 시장과 국민의힘에 돌리고 있지만, 이 정쟁의 끝은 결국 시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책임 공방이 길어질수록 행정의 공백, 의회의 기능 저하, 정책 논의의 실종을 감당하는 쪽은 다름 아닌 시민이다.

성과 중심의 홍보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를 잃지 않는 행정이고, 정쟁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의회 운영의 기본 원칙이다. 성남시정이 다시 안정적인 궤도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개혁이 아니라, 법과 절차를 지키는 상식적인 운영, 시민 앞에서 숨기지 않는 투명성, 여야가 합의를 존중하는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한편 성남시가 지금 필요한 것은 ‘소통’이라는 이름의 이벤트가 아니라, 시민이 믿을 수 있는 공공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