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윤재갑 기자] 성남 분당 재건축이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단순한 일정 지연이 아니다. 행정의 기본 절차가 무너지며 ‘선도지구’로 지정된 양지마을의 물량 자체가 소멸 될 수 있다는 초유의 위기다. 성남시의회 서은경 의원이 제기한 문제는 단순한 정치적 공세로 치부하기엔 사안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서 의원은 최근 시의회 5분 발언에서 이번 사태를 “행정의 기본이 무너진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그가 지적한 핵심은 네 가지다.

첫째, 1만2천 세대 규모라는 대규모 선도지구 이주대책을 성남시가 전혀 준비하지 않은 점. 둘째, 국토부·경기도와 공식 합의까지 해놓은 야탑동 이주대책 후보지를 주민 반발을 이유로 스스로 철회해 국토부 신뢰를 잃었다는 점. 셋째, 면적 33만㎡에 달하는 양지마을이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임에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사업주체 책임”이라는 입장만 반복한 점. 넷째, 이 같은 준비 부재가 대체 후보지 논의의 전면 불허와 협상력 약화로 이어져, 선도지구 물량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실제 분당구 양지마을은 ‘2024년 1차 선도지구’로 지정된 지역이다.

그러나 전환평(전략환경영향평가) 누락으로 인해 연내 정비구역 지정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국토부의 운영 기준상 ‘연내 지정 미완료 시 물량 이월 없음’이라는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곳의 재건축 동력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분당 재건축 전체의 일정이 뒤엉킬 수 있다는 현장의 불안 역시 커지는 상황이다.

서 의원은 사태의 진정한 원인이 ‘준비 부족’과 ‘책임 회피’에 있다고 지적하며 네 가지 조치를 성남시와 국토부가 즉각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절차가 개시된 선도지구인 양지마을을 신규 사업지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여 물량 인정을 확보할 것,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정비구역 지정을 병행해 일정 지연을 최소화할 것, ▲법령 검토와 대정부 협상을 총괄할 전문 조직을 재정비할 것, ▲무능 논란을 종식시키고 재건축 정상화에 책임 있게 나설 것을 주문했다.

“왜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는지, 왜 전환평 대상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왜 스스로 합의한 내용을 번복하게 되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서 의원의 질문은 단순한 정치적 공격이 아니라, 재건축 정책을 추진하는 지방정부가 답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신상진 시장의 남은 임기는 7개월 남짓. 서 의원은 시장이 “행사·홍보 중심의 시정에서 벗어나 도시계획 행정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지마을 물량이 소멸된다면, 이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분당 재건축 전체의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충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문제 파악과 투명한 대책 마련이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재건축은 행정의 실험대가 아니다. 기본 절차와 신뢰, 그 두 가지가 무너진다면 어떤 사업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