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윤재갑 기자] 성남시가 최근 보여준 예산 편성과 의회 절차 무시에 대한 행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지방자치의 근간을 정면으로 뒤흔드는 중대한 민주주의 훼손 행위다.

특히 신상진 시장 취임 이후 반복되고 있는 이러한 독단적 행정 운영은, 시민의 대표기관인 시의회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으니, 이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다.

지난 15일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체육위원회를 통과한 ‘A형간염 및 백일해 예방접종 지원 조례안’은 아직 본회의에서의 최종 의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성남시는 해당 사업 예산을 이미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해버렸다. 이는 명백히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월권 행위이며, 의회의 심의·의결 권한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된 행정 쿠데타로 볼 수밖에 없다.

성해련 시의원이 "의회를 무력화시키는 행정은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을 무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 지적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냉정한 고발이다.

시의회는 단지 형식적인 절차기관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들이 지역의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민주주의의 최전선이다. 이들을 우회하거나 무시하는 행정은 결국 시민의 정치적 권리를 짓밟는 반헌법적 작태다.

더욱이, 신 시장이 의료계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보건의료 분야에 치우친 예산 배정이 반복되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예산의 과도한 편중은 지역 전체의 균형발전은 물론, 다른 시급한 민생 현안들을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의회의 견제와 감시다. 하지만 지금 성남시는 이 최소한의 견제장치 조차 고의로 무력화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지방자치의 기본 원리는 행정과 의회의 건전한 긴장과 협력이다. 그러나 지금 성남시는 이러한 원칙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시장의 독단적 판단만으로 행정을 몰아가고 있다.

이것은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신상진 시장은 더 이상 의회를 들러리로 만들려는 위험한 시도를 중단하고, 즉시 의회를 존중하고 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정상적인 행정으로 돌아와야 한다.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행정은 결국 그 책임을 시민 앞에 고스란히 져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독선적 운영이 계속된다면, 성남시는 시민과 의회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그 정치적·행정적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