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윤재갑 기자] 성남시가 추진 중인 9천억 원 규모의 ‘바이오헬스 첨단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타당성 부족과 경제성 결여에도 불구하고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거센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사업의 경제성 분석 결과가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 0.23, PI(수익성 지수) 0.58로 나타났다는 점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이는 100원을 투자해 23원의 편익도 건지지 못한다는 뜻이며, 사실상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이런 수치를 갖춘 개발 계획은 일반적인 공공사업 심사에서조차 탈락이 당연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주도해 사업을 밀어붙이고, 성남시 도시개발공사를 앞세워 의회를 통과시킨 것은 정당한 행정이라 보기 어렵다. 정치적 성과를 위해 시민의 혈세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최종성 성남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반대 토론은 단순한 정쟁이 아닌, 시 재정을 지키려는 절박한 호소로 읽힌다. 그는 해외의 실패 사례로 피츠버그를 언급하며 무리한 개발이 도시를 어떻게 파탄에 이르게 했는지를 경고했다. 개발의 실패가 시민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지는 전례는 수도 없이 많으며, 성남이 그 길을 따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

더욱이 시장이 직접 책임지지 않고, 산하기관을 통해 사업을 밀어붙이는 방식은 행정 책임 회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성공 시 정치적 치적으로 포장하고, 실패 시 의회나 공공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는 지방자치의 건강성을 해치는 위험한 방식이다.

성남시의회의 존재 이유는 단지 의결 기구로서의 형식적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시민의 재정을 지키고, 잘못된 행정을 견제하며, 합리적 정책 판단을 요구하는 ‘시민의 최후 방패’ 역할이 본질이다. 여야를 떠나 모든 시의원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그 사명을 되새겨야 한다.

이제 공은 다시 시민에게 넘어갔다. 선거는 결국 정책의 심판장이며, 무리한 개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재정적 책임은 결국 추진 세력이 져야 할 몫이다. 성남시가 진정 시민을 위한 행정을 추구한다면, 눈앞의 치적보다 미래의 지속 가능성을 우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