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윤재갑 기자] 성남시의 대표적 시민 숙원 사업인 대왕저수지 수변공원 조성이 민선 8기 들어 사실상 올스톱되며 2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사업은 2009년 도시계획시설 지정 이후 2018년 실시설계 착수, 2019년 공원조성계획 수립, 2020년 설계 준공을 거쳐 2022년에는 토지 매매계약까지 마무리됐다. 원래대로라면 2023년 말이면 시민들에게 개방됐어야 할 공간이다.

그러나 지금은 1단계 일부 구간만 진행 중이며, 시민들이 가장 고대하던 수변 데크와 쉼터가 포함된 2단계 사업은 착수조차 되지 않았다.

성남시는 민간사업자와의 토지보상 문제를 이유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하며 사업 지연을 정당화하고 있다. 소송 규모는 330억 원에 달하지만,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시민 숙원 사업 전체가 중단돼야 할 필연성은 없다.

시의회 강상태 의원이 지적했듯, “공원은 먼저 조성하고 책임은 그 후에 물어야 한다”는 주장은 행정의 기본 원칙인 연속성과 공공성 측면에서 타당한 지적이다.
시민의 삶에 직결된 공공 인프라 조성이 정쟁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현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특히 이번 사안은 단지 행정 지연이나 절차적 문제를 넘어, 정치적 셈법이 공공행정을 압도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사업 재검토 과정에서 전임 행정의 흔적을 지우려는 의도, 혹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면 이는 시민에 대한 기만이다.

행정은 특정 정권의 것이 아니다. 어느 시장이 시작했든, 어떤 정당이 추진했든 간에 시민 삶에 꼭 필요한 공원이라면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소송을 핑계로 사업을 지연시키고, 시민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는 행정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책임 행정이란, 불리한 유산까지도 시민을 위해 마무리하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대왕저수지 수변공원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다.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일상 속 쉼터이자, 공동체의 질을 높이는 공간이다. 더 이상 정치가 행정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성남시는 지금이라도 행정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2단계 사업을 조속히 착수하고, 소송 문제는 별도로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다.

이같이 민선 8기 성남시가 ‘지연정권’이라는 불명예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정치보다 행정을, 변명보다 실천을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