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윤재갑 기자] 성남시의회가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은경 행정교육위원장을 불신임하면서 또다시 지방의회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냈다.

이번 표결은 국민의힘이 주도했지만, 정작 더 큰 의문은 민주당 내부에서 이탈표가 나왔다는 정황이다. 이탈표 여부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이 모든 과정이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 공작’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국회가 울고 갈’ 권모술수가 현실로 재연된 셈이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 불신임안 표결에서 찬성 19, 반대 13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성남시의회의 현재 의석 분포상 국민의힘 17명, 성향이 같은 무소속 2명을 더해 찬성표는 최대 19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국민의힘 박은미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힌 대목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찬성표는 18표가 나와야 맞다. 이 계산이 옳다면, 민주당에서 최소 1표 이상 이탈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을 국민의힘 측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다. 정용한 국민의힘 대표는 표결 직후 박은미 의원을 향해 "왜 반대표를 던졌나"고 다그쳤다. 무기명 투표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박 의원의 표결 결과를 특정 지은 것은, 누군가 사전에 결과를 ‘공유’받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구조였다는 정황 증거다. 무기명 투표의 원칙과 비밀성에 심각한 훼손이 있었던 셈이다.

박은미 의원은 “서은경 위원장이 잘못한 게 없다고 판단해 소신껏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정당의 당론보다 시민의 눈높이를 우선한 결단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징계 압박이다. 정당정치의 병폐가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다. 불신임안 자체가 정치적 타격을 노린 ‘찍어내기’였다면, 이탈표를 던진 박 의원은 소신을 지켰음에도 정치적 보복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더욱 무책임하다. 당론상 반대 표결을 결정했지만, 실제로는 1표가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탈표가 없었다면, 전체 찬성은 18표에 그쳐어야 맞는 것이다. 1표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이를 감안할 때 민주당이 "13명 모두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주장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당 내부의 단속 실패인지, 일부의 이중 행보인지 모르지만, 최소한 당론조차 지켜내지 못한 민주당 협의회는 지역 유권자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이번 사태는 여야가 ‘암묵적 합의’를 통해 각 당의 소신파 의원을 찍어낸 결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비판적 소속 의원을 압박했고, 민주당은 자당 위원장을 지켜낼 최소한의 단결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 같은 모습에 시민들이 느낄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성남시의회는 과연 누구를 위한 의회인가. 정치적 셈법과 계파 이해에 따라 진실을 외면하고, 정당보다 시민을 우선시한 소수의 ‘소신’을 짓밟는 구조라면 이는 더 이상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한편 지방자치의 요체는 시민의 삶을 챙기는 일이다. 그를 위한 감시와 견제라면 얼마든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불신임안은 그런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치적 도의도, 절차적 정당성도 사라진 그날, 성남시의회는 스스로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날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