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가 시민 위에 군림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멈춘다. 정치는 약속을 잊고, 행정은 책임을 회피한다. 지금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물차 주차장 논란은 단지 주차 공간 확보를 둘러싼 지역 갈등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가 시민을 어떻게 기만하고, 행정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현장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인천시와 유정복 시장이 있다.

지난 2022년, 인천항만공사는 송도 아암물류 2단지 내에 402면 규모의 화물차 전용 주차장을 조성했다. 물류 거점 확보라는 명분은 있지만, 이 부지는 대형 아파트 단지와 학교, 공원이 밀집한 주거지와 바로 맞닿아 있다. 실제로 인근에는 4만6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 수는 앞으로도 증가할 예정이다. 주차장 예정지와 가장 가까운 아파트 단지까지의 거리는 직선 기준으로 불과 수백 미터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사람 사는 집 앞에 하루 수백 대의 대형 화물차가 드나들 주차장을 세운 셈이다.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교통사고 위험, 밤, 낮 없는 엔진 소음, 디젤 분진과 매연, 공기 질 악화, 어린이의 통학 안전 문제까지. 이러한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닌 것은 물론이고. 주민들은 단순한 불편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명백한 기본권 침해고 건강권과 주거권에 대한 침해였다. 문제의 본질은 왜 이곳에 주차장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당위의 문제였다. 더 적합한 장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과 행정 편의를 이유로 가장 약한 고리를 선택한 것이다.

더욱이 이 갈등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이 지역, 정치인들은 2020년부터 해양수산부,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항만공사 등 관계기관과 수차례 간담회를, 갖고 주민 우려를 공식적으로 전달해왔다. 단순한 민원 전달 수준을 넘어서, 실제로 주민들과 함께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 시위에 참여하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해왔다. 대체 부지확보와 주차장 이전이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는 점도 분명히 해왔다. 그는 이 문제를 주민의 삶과 권리에 대한 침해로 규정하고, 정치적 신념의 문제로까지 끌어올려 대응해왔다.

하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은 지금껏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가장 책임이 무거운 이는 단연 인천시장이다. 그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송도 9공구 화물차 주차장 백지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폐지라는 단어는 의미가 분명하다. 그것은 단순한 재검토가 아닌, 물리적 제거를 뜻한다. 그는 이 공약을 통해 주민들의 기대를 얻었고, 결국 시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후 3년이 흐른 지금, 인천시장은 단 한 차례도 대체부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행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인천시는 화물차 주차장 이용계획은 해양수산부 소관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손을 놓고 있다. 이는 명백한 공약 파기이며, 공공의 신뢰에 대한 배신이다. 선거 때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며 표를 얻고, 당선되자마자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발을 빼는 태도는 시민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것이야말로 정치가 말로만 존재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지역 정치인들은 최근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시계획을 변경하고 대체부지를 확보하여 이전을 추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재판 뒤에 숨어 무능한 행정을 이어간다며 유 시장의 무책임한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해수부 권한이라면 애초부터 거짓 공약으로 시민을 우롱한 것이라며, 이번 사안을 단순한 행정 실수나 실무 판단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기만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짚어야 할 문제는, 하나 더 있다. 인천항만공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항만공사는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이윤보다 공익을 앞세워야 하며,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해치지 않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 하지만 인천항만공사는 주차장 건립을 둘러싼 소송에서조차 물러서지 않으며, 마치 행정적 타당성과 물류 기능 강화만이 전부인 것처럼 행동해 왔다. 이에 대해 이 지역 국회의원은 국민 기본권을 우선시해야 할 공기업이라면, 소송을 즉각 취하하고 대체부지 이전 협의에 성실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허가 논란이 아니다. 이것은 한 정치인이 자신의 약속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며, 동시에 지방정부가 시민의 생존과 일상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이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기업 간의 협조 부재와 책임 회피, 그리고 이 구조 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시민의 현실을 낱낱이 보여준다.

정치인의 공약은 종이 한 장짜리 약속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과 맺은 계약이며, 행정에 대한 기대이자 요구다. 인천시장은 더 이상 변명하지 말고, 이제라도 시민 앞에 나와 진심 어린 해명과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인천시는 대체부지를 둘러싼 논의를 즉각 재개하고, 주민과의 소통에 나서야 한다. 항만공사 역시 지금이라도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책무를 되새기고, 소송을 멈추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제 시민들은 묻고 있다. 누가 이 도시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그 물음에 당당히 답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정치도, 행정도 신뢰받을 자격이 없다. 정치는 책임이고, 행정은 실행이다. 말로는 누구나 도시를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지만, 진정한 정치인은 그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