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가기 쉽고 가고 싶은 인천 섬을 만들겠다며 추진 중인 섬 관광 활성화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시민들의 이동권을 확대하고, 지역 관광을 촉진하며, 지역경제를 살리는 듯 보인다. 실제로 인천시는 인천 아이 바다패스라는 이름으로 여객선을 사실상 대중교통 수준으로 요금 인하해, 누구나 1,500원만 내면 인천의 유인도들을 방문할 수 있게 했다. 덕적도, 자월도, 소야도 등 주요 섬들을 대상으로 한 테마형 관광 콘텐츠도 대거 기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을 둘러싼 장밋빛 설명 뒤에는 간과되거나 의도적으로 가려진 복잡한 구조적 문제들이 숨어 있다. 핵심은 바로 이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어떤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객선을 대중교통화해 요금 부담을 줄인 것은 분명 인상적인 시도다. 그러나 그 대상이 과연 누구인가. 현실적으로 혜택을 받는 다수는 도심 거주자로, 주말을 이용해 섬을 찾는 단기 관광객들이다. 문제는 이처럼 단기 소비 중심의 섬 이용이 본질적인 지역 균형 발전이나 섬 주민 삶의 질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기존에도 섬 주민들은 의료, 교육, 물류, 통신 등에서 도심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왔다. 배편이 끊기는 날이면 병원 진료조차 제때 받기 어렵고, 응급 이송은 하늘의 별 따기다. 정기 배송이 끊기는 날엔 생필품 확보도 어려운 곳이 섬이다. 그런데 이제는 관광객까지 대거 몰려들며 생활공간의 상업화, 생태계 파괴, 쓰레기 처리 문제까지 떠안게 됐다.

가까워진 건 도시민의 발걸음이지, 섬 주민의 삶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요금 인하로 관광객 유입이 늘었다는 통계 뒤에, 과연 섬 주민들이 박수치고 환영할 일만 있었을까? 주민이 아닌 방문자 중심의 정책은 결국 섬을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닌 경험하고 소비하는 공간으로 격하시킨다.

인천시는 자전거 대회, 캠핑 축제, 음악회 등 다양한 테마형 관광 콘텐츠를 줄줄이 기획 중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외부 이벤트 기획사, 여행사, 기업이 주도하며 일시적 유입과 소비를 목표로 한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이 지속 가능성과 주민 참여 구조를, 결여한 일회성 개발이라는 데 있다.

자월도의 붉은 달 페스티벌, 소야도의 캠핑 페스티벌은 관광객에겐 흥미롭지만, 실제로 해당 섬 주민들이 그 행사에 어떤 역할로 참여하며, 어떤 이익을 얻는지는 불분명하다. 지역 내 소상공인과 상생하지 못하고 외부 자본과 인력이 주도한다면, 이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수익의 역외 유출을 부추길 뿐이다.

더불어 섬은 그 자체로 생태적으로 민감한 공간이다. 바다와 접하고, 지형적 특성상 하수 처리와 쓰레기 수거, 생태 보존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하지만 방문객이 몰릴수록 쓰레기 양은 급증하고, 해변과 산책로는 훼손된다. 특히 캠핑, 백패킹 등의 콘텐츠는 비정형 이용 행태를 동반해 환경 훼손을 가속화시킨다.

인천시는 ‘인천 섬 도도하게 살아보기’ 사업을 통해 체류형 관광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몇몇 도시 거주자의 낭만 체험에 가까운 일회성 경험으로, 마치 제주도 귀촌 유행 초기에 벌어진 로컬에 대한 이해 부족과 이질감의 반복을 예고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지금의 섬 관광 정책은 지역 주민을 중심에 두고 있지 않다. 콘텐츠 기획부터 운영, 수익 분배까지 모든 것이 외부 관광객과 외부 운영주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섬 주민은 주체가 아니라 조연, 또는 아예 배제된 존재가 된다.

실제로 현재 인천의 많은 섬들은 학교 폐교, 젊은 인구의 이탈, 의료 사각지대, 교통 소외 등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놓여 있다. 관광을 통한 유입보다 더 시급한 것은 지속적인 정주 여건 개선과 관광인프라 구성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투자 계획은 미비하거나 언론 홍보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거창한 행사와 축제는 한때의 반짝이는 성과를 낳을 수 있지만, 섬의 미래에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이 주민들의 불편만 초래할 뿐이다. 섬의 미래를 위한 진짜 변화는 일상 속 불편을 줄이고, 아이를 키울 수 있고, 병원을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가기 쉬운 인천 섬’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는 나쁠 것이 없다. 문제는 그 접근이 너무 일방향적이라는 것이다. 관광객의 이동만 쉽게 만든다고 해서 섬이 더 살기 좋아지는 건 아니다. 섬에 사는 사람의 삶이 좋아질 때, 그 섬은 비로소 머물고 싶은 곳이 된다.
다시 말해 관광객의 이동이 쉬워질 때 주민들의 이동은 상대적으로 불편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인천시는 이제 단순한 숫자 경쟁을 멈추고, 정책의 질적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그 시작은 관광 수요 중심에서 주민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다. 섬별로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협의체, 주민 주도 관광모델, 지속가능한 환경관리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관광보다 선행되어야 할 기반 인프라, 예컨대 상수도·하수도, 학교, 보건소, 공공 교통망에 대한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섬은 소비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유산이자 삶의 터전이다. 가기 쉽고 가고 싶은 인천 섬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살기 좋은 인천 섬을 먼저 실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