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도서 지역 물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대규모 해수 담수화 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백령도와 울도를 비롯해 주요 섬 지역에 수백억 원 규모의 해수 담수화 설비를 도입해 하루 수천 톤의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물 복지 확대와 지역 활성화라는 명분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과도한 재정 지출, 장기적 유지비 부담, 지속가능성 부족, 주민 소외 등의 우려가 뚜렷하다.
과연 이 같은 정책이 섬 주민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가? 아니면 오히려 재정과 운영 부담이라는 또 하나의 짐을 안겨줄 것인가? 이 칼럼에서는 고비용 담수화 정책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짚어 본다.

해수 담수화 기술은 바닷물을 끓이거나 막을 이용해 염분을 제거하는 고난도 공정으로, 막대한 초기 설치비와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비용이 요구된다.
인천시가 백령도에 설치 예정인 하루 2,200㎥ 규모의 해수 담수화 시설은, 유사 사례를 고려할 때 최소 수백억 원대의 예산이 소요된다.

또한, 해당 시설을 1년 365일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선 전기료, 유지보수, 필터 교체, 인건비 등에서 해마다 수십억 원 규모의 지속적 지출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이 지방정부 예산으로 충당되며, 결국엔 수도요금 인상 혹은 타 복지예산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는 장기적으로 섬 주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해수 담수화 추진이 과연 도서 지역 주민들의 실질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인지에 대한 의문도 크다. 대부분의, 섬에서는 비축 가능한 빗물 집수 시스템, 소형 저수지. 소규모 관정 개발, 기존 노후 수도관 망 교체 등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방식들이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연평균 강수량이 풍부한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빗물이나 지하수를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저비용 대안(소형 저수지 신설)이 더 적합하다는 전문가 지적도 존재 한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인 대안은 행정성과를 내세우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이라는 이유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는 결국 실용성보다 외형을 중시하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정작 가장 영향을 받는 섬 주민들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지역 주민들은 담수화 시설 설치와 관련해 사전 설명도 없었고, 정작 중요한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물 문제는 곧 삶의 문제인 만큼, 지역 주민들의 수요와 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상향식 접근이 필요함에도, 인천시의 현재 추진 방식은 중앙집권적·일방통행적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섬 지역 주민들은 흔히 수도요금 납부 능력이 낮고, 고령 인구 비중이 높다. 이들에게 고비용 시설에 대한 유지비 분담을 강제하는 구조는 정책 수혜보다 부담이 앞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담수화 시설은 해수 오염, 태풍 등 기후 조건에 민감하며, 염분 농도 변화에 따라 처리 효율이 떨어지기도 한다.
또한, 여과막이나 펌프 고장 등의 기술적 문제 발생 시 대체 공급원 부재로 급수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의료시설이나 교육 시설이 부족한 도서 지역에서는 생존과 직결되는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장비 노후화에 따른 설비 교체 주기가 10~15년에 불과한 만큼, 수십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반복적으로 들어간다. 이처럼 장기적으로 불안정한 수자원 인프라에 의존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인천시의 담수화 시설 확대는 섬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그 실질은 지속가능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는 고비용 사업이다.

이 같은 시설이 결국 소수의 수혜자만을 위한 인프라로 남거나, 유지비용을 주민이 떠안게 되는 구조로 귀결된다면 이는 복지가 아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섬 지역의 물 문제는 단지 물 공급이 아닌 지속가능한 생활 여건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적 과제다. 따라서 정책의 방향은 보다. 정밀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중심으로, 주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