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조희동 기자] 지난 5월 29일부터 30일, 인천광역시는 지역사회 유관기관 연계 협력 워크숍을 옹진군 백령도에서 개최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럴듯하다. 수도권에서 가장 먼 섬이자 대표적인 의료 취약지인 백령도를 직접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지역 의료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시니어 의사지원센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인천지원, 인천의료원, 인천 세종병원, 나은병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 25명이 함께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 워크숍을 진정성 있는 의료정책 수립의 첫걸음으로 보아야 할까? 아쉽게도,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주민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다가가려는 노력은 있었을지 몰라도, 그 노력은 여전히 낯선 외부인의 짧은 체류로 그쳤다. 더군다나 이번 행사가 반복되어온 전시행정, 보여주기식 일정의 연장 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백령도를 단순히 의료 취약지라고 부르는 것은 이 지역 주민들이 처한 위기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백령도 주민이 경험하는 보건의료 현실은 "취약"이라는 말로는 담기 어려운 수준이다.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물론이고, 외과 수술이 가능한 인력이 상주하지 않아 환자는 헬기나 해군 함정으로 육지 병원으로 이송된다. 심지어 악천후로 기상 상태가 나쁠 경우, 이송조차 지연돼 환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도 발생하게 된다. CT 장비가 있어도 이를 판독할 전문의가 없어 진단이 지연되며, 단순한 혈액 검사 결과도 수일이 걸려야 돌아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의료공백은 단순한 인력 부족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의료인력의 장기 파견이 어렵고, 백령도에 상주할 수 있는 여건(주거, 교육, 생활 환경 등)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의료 취약은 보건 정책의 실패 이전에 사회 시스템의 단절이다.

이번 워크숍에서 인천시는 백령병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시니어 의사 파견 사례를 공유했다고 한다. 이어 간담회를 열어 인력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지역사회 협력 체계 구축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어떤 내용이 논의되었고,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자료에는 간담회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 방안을 모색했다고 표현했지만, 도대체 어떤 목소리가 있었는지, 어떤 실효적 방안이 도출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단지 청취했다, 공감했다는 말만 반복된다.

말하자면 이번 워크숍은 백령도 주민들에게 무엇 하나 구체적으로 약속한 것이 없다. 실제 의료인력 확충 계획은 없는 상황에서, 시니어 의사 파견이라는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인 대책이 마치 핵심 정책인 양 반복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시니어 의사, 즉 은퇴한 고령 의사의 파견은 전국 의료 취약지에서 종종 시도되는 방안이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장기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첫째, 대부분 시니어 의사의 파견은 단기간에 한정되어 있고, 건강상 이유로 일정 이상의 근무 강도를 요구하기 어렵다.
둘째, 응급 상황이나 중증 질환 대응에서 필요한 전문성과 체력적 역량 확보에 한계가 있다.
셋째, 고립된 섬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고령자에게 물리적·심리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시니어 의사 파견 사례를 언급하며 정책적 성과로 포장하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작 백령도 주민이 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주민이 원하는 것은 상시 진료가 가능한 전문의, 응급 대응이 가능한 의료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다. 단기 파견으로는 이 모든 요구에 턱없이 못 미친다.

이번 워크숍의 또 하나의 문제는 유관기관과의 협력이라는 말이 남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협력이란 각 기관이 자신의 자원과 책임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나누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할 때 성립된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통해 어떤 협약이 체결되었는지, 어떤 기관이 어떤 형태로 지속적으로 백령도를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계획은 없다.
결국, 협력이란 말은 그저 행정적 수사에 머물고 말았다. 주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조차 이런 식의 말 잔치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씁쓸하다.

워크숍이 끝난 다음 날, 백령도의 의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언제든 다급하게 병원을 찾아도, 여전히 의사가 없다는 답을 들어야 할 수 있고, 여전히 수도권 병원으로의 장거리 이동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실은 주민들에게도 이미 익숙하다. 수년째 반복되는 현장 방문, 실태 점검, 의견 수렴, 간담회의 형식은 더 이상 새로운 것도 아니며, 실질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그저, 이번에는 또 누가 와서 사진을 찍고 가는구나 하는 체념이 남을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워크숍이 아니다. 백령도 같은 지역에 상주할 수 있는 공공의료 인력을 위한 제도적 설계가 시급하다. 예를 들어, 공공의대 졸업생이나 국립대 병원 소속 전공의·전문의가 일정 기간 이상 섬 지역에 근무할 수 있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하고, 정주 여건을 적극 보장하는 방향의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원격의료 기술, 응급의료 헬기 운용, 섬 병원의 시설 현대화, 거점 병원과의 협진 체계 구축 등 다층적인 접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 어느 것도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보여주기식 방문과 형식적인 간담회에만 그친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백령도 주민이 요구하는 것은 결코 과도하지 않다. 단지 다른 도시의 시민과 똑같이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는 권리, 응급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원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인 요구조차 정치적 의제나 행정적 수사에 가려지고 있는 현실은 개선되어야 한다. 워크숍을 열고, 사진을 찍고, 간담회를 하는 것으로 의료 사각지 해소라는 성과를 자화자찬하지 말자. 주민은 당신들이 진짜로 뭘 하고 있는지를 안다. 실질적인 변화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입증될 수밖에 없다.
실제 정책은 사람을 살린다. 진심이 없다면, 백령도까지 가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