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외주화'와 무너진 책임의 사슬
계양구 맨홀 사고를 통해 본 구조적 문제
인천/조희동 기자입력 : 2025. 07. 09(수) 17:44
[인천/조희동 기자] 지난 6일 오전 9시 22분, 인천 계양구 병방로의 한 맨홀에서 참혹한 사고가 벌어졌다. GIS DB 구축을 위한 관로 조사를 하던 작업자 두 명이 맨홀 내부로 진입한 후, 한 명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갔으며, 다른 한 명은 현장에서 숨졌다. 누군가에게는 일요일 오전의 평범한 출근길이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이자 가족의 상실로 이어졌다.
사고 직후 관계기관은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공식 보고서에는 가스 질식과 보호구 미착용이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질문은 따로 있다. 단지 보호장비가 부족했기 때문인가? 혹은, 단순히 운이 나빴기 때문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사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가 만들어낸 예고된 참사다.
이번 용역은 인천환경공단이 발주하고, (주)한국케이지티콘설턴트가 계약을 따낸 GIS DB 구축 사업이다. 그러나 실제 작업은 이 회사가 직접 수행하지 않았다. 그들은 제이테크에 1차 하도급을 주었고, 제이테크는 다시 LS산업에, 그리고 LS산업은 다시 가온(추정)이라는 업체에 넘겼다. 계약서에는 하도급 금지가 명시되어 있었고, 발주처의 사전 동의 없이는 어떠한 하도급도 불가하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종이 한 장보다 못한 약속이었다.
작업자는 그 복잡한 하도급 고리의 가장 아래, 손이 닿지 않는 책임의 사슬 끝에서, 자기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는 계약 바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어떤 장비가 지급되었는지, 심지어 해당 작업이 합법적인 절차를 따랐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에게 이렇게 묻는다. 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았느냐고.
이번 사업의 목적은 명확하다. 인천 지역 차집관로 중 GIS 미구축 구간의 데이터베이스를 정비해 공공시설 관리를 체계화하겠다는 것이다.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보의 정확도를 확보한다는 목표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효율성이란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안전은 모든 공공사업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특히 지하 관로 작업처럼 위험이 수반되는 작업이라면, 더욱 엄격한 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하지만 이 사업에서 공공기관은 용역업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고, 용역업체는 또 그 아래로 책임을 내던졌다. 발주기관은 서류에 하도급 금지 조건을 적어 넣음으로써 면책을 시도했고, 원도급자는 실질적 업무를 외주화함으로써 현장 관리를 회피했다. 그렇게 떠넘겨진 책임은 현장의 말단 작업자에게 질식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 효율성이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노동자의 생명이 걸린 사업에서 효율은 수단일 뿐,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효율성이라는 말 뒤에 숨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하청과 재하청을 반복한 결과가 바로 지금의, 죽음이다.
이 사고는 새로운 유형의 재해가 아니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 씨, 2020년 평택항에서 사망한 이선호 군, 그리고 2025년 오늘의 계양구 맨홀. 모두 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참사다. 무분별한 외주화, 허술한 감독, 형식적인 안전 규정, 그리고 사고 이후 책임의 분산. 사건은 다르지만, 패턴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정부와 지자체, 발주기관, 원청 기업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하나다.
사람이 일하다 죽는다는 건, 누군가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라는 사실이다.
실질적인 하도급 규제를 마련하고, 발주기관이 계약과 감리에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모든 작업자는 소속과 관계없이 같은 수준의 안전 교육과 장비를 보장받아야 하며, 생명을 담보로 한 작업은 절대 어떤 경제적 논리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번 사고의 보고서에는 사고자에 대한 최우선 지원을 하겠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러나 이미 사망한 노동자에게는 어떤 지원도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사고 이후가 아니라, 사고 이전이었다. 진짜 예방은 사고 이후의 보상이 아니라 사고 자체를 없애는 것에 있다.
이 칼럼은 단지 한 명의 죽음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망각의 편의성에 맞서 책임의 이름을 묻기 위한 기록이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물어야 한다. 이 죽음은 왜 발생했는가? 다음엔 누구 차례인가를
사고 직후 관계기관은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공식 보고서에는 가스 질식과 보호구 미착용이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질문은 따로 있다. 단지 보호장비가 부족했기 때문인가? 혹은, 단순히 운이 나빴기 때문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사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가 만들어낸 예고된 참사다.
이번 용역은 인천환경공단이 발주하고, (주)한국케이지티콘설턴트가 계약을 따낸 GIS DB 구축 사업이다. 그러나 실제 작업은 이 회사가 직접 수행하지 않았다. 그들은 제이테크에 1차 하도급을 주었고, 제이테크는 다시 LS산업에, 그리고 LS산업은 다시 가온(추정)이라는 업체에 넘겼다. 계약서에는 하도급 금지가 명시되어 있었고, 발주처의 사전 동의 없이는 어떠한 하도급도 불가하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종이 한 장보다 못한 약속이었다.
작업자는 그 복잡한 하도급 고리의 가장 아래, 손이 닿지 않는 책임의 사슬 끝에서, 자기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는 계약 바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어떤 장비가 지급되었는지, 심지어 해당 작업이 합법적인 절차를 따랐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에게 이렇게 묻는다. 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았느냐고.
이번 사업의 목적은 명확하다. 인천 지역 차집관로 중 GIS 미구축 구간의 데이터베이스를 정비해 공공시설 관리를 체계화하겠다는 것이다.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보의 정확도를 확보한다는 목표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효율성이란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안전은 모든 공공사업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특히 지하 관로 작업처럼 위험이 수반되는 작업이라면, 더욱 엄격한 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하지만 이 사업에서 공공기관은 용역업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고, 용역업체는 또 그 아래로 책임을 내던졌다. 발주기관은 서류에 하도급 금지 조건을 적어 넣음으로써 면책을 시도했고, 원도급자는 실질적 업무를 외주화함으로써 현장 관리를 회피했다. 그렇게 떠넘겨진 책임은 현장의 말단 작업자에게 질식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 효율성이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노동자의 생명이 걸린 사업에서 효율은 수단일 뿐,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효율성이라는 말 뒤에 숨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하청과 재하청을 반복한 결과가 바로 지금의, 죽음이다.
이 사고는 새로운 유형의 재해가 아니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 씨, 2020년 평택항에서 사망한 이선호 군, 그리고 2025년 오늘의 계양구 맨홀. 모두 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참사다. 무분별한 외주화, 허술한 감독, 형식적인 안전 규정, 그리고 사고 이후 책임의 분산. 사건은 다르지만, 패턴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정부와 지자체, 발주기관, 원청 기업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하나다.
사람이 일하다 죽는다는 건, 누군가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라는 사실이다.
실질적인 하도급 규제를 마련하고, 발주기관이 계약과 감리에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모든 작업자는 소속과 관계없이 같은 수준의 안전 교육과 장비를 보장받아야 하며, 생명을 담보로 한 작업은 절대 어떤 경제적 논리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번 사고의 보고서에는 사고자에 대한 최우선 지원을 하겠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러나 이미 사망한 노동자에게는 어떤 지원도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사고 이후가 아니라, 사고 이전이었다. 진짜 예방은 사고 이후의 보상이 아니라 사고 자체를 없애는 것에 있다.
이 칼럼은 단지 한 명의 죽음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망각의 편의성에 맞서 책임의 이름을 묻기 위한 기록이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물어야 한다. 이 죽음은 왜 발생했는가? 다음엔 누구 차례인가를
인천/조희동 기자 121d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