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형] 지난해부터 캄보디아로 출국한 가족이나 친척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빗발쳤지만 경찰 당국에서는 통계조차 집계되지 않았다. 신고해도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현지 대사관이나 영사콜센터로 문의하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Sns에 개설된 채팅방에 사진과 함께 사연을 올려봤지만 허공에 메아리만 울려 퍼지는 공허한 일이 되고 말았다.

1년 전 지난 정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 힘 국회의원은 "캄보디아 사태가 폭증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당시 국무조정실과 외교통상부에서는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2025년 현재까지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났다.

지난 정부에서는 청년을 위한 정책을 외쳤지만,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범죄 집단 소굴에는 소극적으로 대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간다. 캄보디아 감금 납치 사건은 지난주 10월 11일 경북경찰청이 사망한 박모 씨를 현지로 보낸 혐의를 받는 홍모 씨를 검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뒤로 유사 사건이 전국 경찰서와 경찰청에 접수됐다는 내용이 봇물 터지듯 보도되면서 온 국민이 알게 됐다. 지난 정부에서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대통령의 자리는 국가운영을 책임지는 자리 아닌가. 청년의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온갖 부정과 비리에만 밝고 국가 운영은 방관만 했으리라고 믿고 싶지 않다.

지역별로 신고된 캄보디아 범죄 사건이 1년 넘도록 종결되지 않은 채로 '미제사건'으로 볏짚 쌓아 놓듯 쌓여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재명 정부는 지난주 사건의 전말을 인지하면서 대통령실은 물론 장차관이 발로 뛰기 시작했다. 10월 15일 김진아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이 구성되고 즉시 캄보디아 현지로 출국하면서 구금된 피해자들을 특별 항공편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앞으로 현지 대사관 직원과 수사관도 증원하여 대처해 나간다고 한다. 발 빠른 정부 대응에 국민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이다.

반면에 캄보디아에서 11년째 살고 있다는 오00 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고 한다. 특정 범죄 조직이 잘못한 것 가지고 캄보디아 전체를 '범죄국가'로 매도하는 각종 매스컴을 접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다른 교민도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은 완전히 분리돼 있다."고 말하고 "한국을 좋아하는 캄보디아인도 많은데, 잘못된 정보가 확산돼 오해 소지를 유발하게 되면 선량한 사업을 하는 교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장관 회의에서 "캄보디아에서 최근 취업 사기로 감금하는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말하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우선 급한 불부터 끄는 것은 맞다. 국민의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또 다른 제3국을 통한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청년과 신중년의 일자리다. 물론 고학력자가 기피 하는 더럽고 힘든 일자리는 낮은 인건비를 지급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신하고 있다. 이것은 기업의 항구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정부에서는 학생들의 취업 진로를 졸업전과 후로 나눠 빈틈 없이 마련해 주고 직장 은퇴를 하는 신중년들의 경험과 연륜을 필요 하는 일자리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캄보디아 사태의 매커니즘을 잘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실업 청년들에게 한국에서도 받지 못하는 고액의 월급을 지급한다는 말에 어느 청년이 솔깃하지 않겠는가. 캄보디아 현지 사람과 한국인이나 베트남, 미얀마, 중국인들과 함께 엮어 만든 범죄 집단이 다시 자국의 청년을 그 집단에 끌어들이는 먹이 사슬 같은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캄보디아 사건을 교훈삼아 유사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일 못하는 정당과 일 잘하는 정당을 비교하여 선거 때마다 국민의 냉혹한 평가가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번에 납치 감금된 피해자들이 고국의 가족 품에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 발 빠르게 대처한 정부의 관계자들에게도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