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윤재갑 기자] 성남시의회 정례회가 지난 18일 마무리됐다. 12월 10일 경제환경위원회 맑은물관리사업소 예산심사를 끝으로 상임위별 예산심사는 마무리됐고, 이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최종 심의도 끝났다. 이군수 의원은 올해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사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신상진 시장 취임 이후 3년간의 성남시 행정, 그중에서도 예산 편성과 집행이 과연 공정하고 투명했는지를 되묻게 하는 시간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남시 예산 행정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어떤 사업에서는 특정 업체로의 쏠림이 반복되고, 또 다른 사업에서는 절차를 지켜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사업이 시장의 판단 하나로 중단된다. 기준은 보이지 않고, 일관성은 무너졌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2023년에 설립된 한 신생 여성기업이다. 이군수 의원이 회계과로부터 제출받은 계약 통계에 따르면, 이 업체는 불과 3년여 만에 성남시 여러 부서를 가로지르며 약 5억7,800만 원 규모의 용역을 수주했다. 방역 용역, 근린공원·어린이놀이터 소독, 도로시설물 세척, 각 구청 소모품 구매, 가로쓰레기통 유지관리 대행까지 사업 범위도 광범위하다. 특히 2026년 가로쓰레기통 유지관리 용역은 약 10억 원 규모로 이미 본예산에 반영돼 있다.

신생 업체가 업종을 확장하자마자 각 구청의 주요 사업을 단독으로 맡는 구조가 과연 자연스러운 것일까. 공정 경쟁과 기회 균등이라는 행정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도시미관과의 가로 식재 사업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된다. 3개 구청이 편성한 추경예산 15억 원 가운데 약 8억 원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체로 집중 발주됐다. 가로변 꽃 식재와 유지관리 공사가 매년 비슷한 방식으로, 비슷한 업체에 돌아가는 구조가 관행처럼 굳어졌다. 산출 근거와 사업 타당성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고, “전년도 관행”이라는 말이 심사의 기준이 됐다.

이러한 편중 현상은 오랜 행정 관행의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신상진 시장 취임 이후 오히려 그 경향이 더 강화됐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반대 방향에서 나타난다. 조달청을 통한 정상적인 입찰 절차를 거쳐 계약까지 체결된 130억 원 규모의 희망대공원 랜드마크 조성 1단계 사업은, 일부 제한적인 의견 제기를 이유로 시장의 지시로 일방 중단됐다. 행정 절차를 충실히 밟아온 사업이 시장의 판단 하나로 멈춰서는 순간, 행정의 신뢰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성남시 예산은 특정 업체나 특정 판단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91만 성남시민이 낸 세금이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용돼야 할 공공 자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정감사와 예산심사에서 드러난 현실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왜 특정 업체 편중은 반복되는가. 집행부와 시장은 이를 정말 몰랐는가. 예산 편성의 균형과 기준은 어디로 갔는가.

행정은 신뢰 위에 서야 한다. 공정이 무너지고 기준이 흔들리는 순간, 시민의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 시정 3년 차를 맞은 지금, 신상진 시장은 선택적 행정이 아닌 원칙 있는 행정으로 답해야 할 때다. 견제와 감시는 지방의회의 책무다. 공정과 상식이 다시 성남시 행정의 기준이 되도록, 그 역할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