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윤재갑 기자] 성남시는 오래전부터 재정자립도 전국 1, 2위를 다투는 도시다. “돈이 많은 도시”, “투자 여력이 풍부한 도시”라는 이미지는 성남시를 대표하는 수식어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2025 사회안전지수’에서 드러난 성남의 모습은 이러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예산은 풍부한데, 시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뒤처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확인된 것이다.

머니투데이가 공개한 사회안전지수는 도시의 안전, 경제활동, 주거환경, 건강·보건 등 시민 생활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을 종합해 평가한다. 수도권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이 지수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으며 상위권을 차지했다. 과천·광명·안양·하남 등 성남과 인접한 도시들 역시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성남시는 달랐다. 2023년 5위 → 2024년 11위 → 2025년 13위로, 순위가 해마다 미끄러지고 있다. 재정 규모는 전국 최고 수준인데, 삶의 질 지표에서는 존재감조차 희미하다.

성남시의회 조정식 의원이 지적한 문제의식은 단순한 정치적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예산이 많으면 시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 정상”이라는 그의 말은 상식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성남은 왜 그 상식을 실현하지 못하는가.

문제는 도시의 우선순위가 시민의 삶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재정자립도를 강조하는 데는 열심이었지만, 정작 그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가 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는 과정은 부족했다는 의미다. 재정 운용의 구조적 문제, 정책 사업의 비효율, 행정의 평가 체계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때 ‘부자 도시’는 성남을 설명하는 강력한 브랜드였다. 그러나 도시의 진짜 경쟁력은 돈이 많다는 사실 자체에서 나오지 않는다. 예산이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도시의 미래를 책임질 구조로 연결되어야만 그 재정적 강점은 의미를 가진다.

성남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과거의 명성에 안주할 것인지, 아니면 시민이 체감하는 ‘살기 좋은 도시’를 새롭게 구축할 것인지. 사회안전지수의 추락은 일시적 성적표가 아니라 성남시정이 구조적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는 경고음에 가깝다.

이제 성남시는 시민에게 답해야 한다. 막대한 세금이 실제로 시민의 행복을 높이는 데 쓰였는가. 재정과 행정의 우선순위는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한편 부자 도시의 영광은 오래전에 이미 지나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부자 도시’가 아니라 ‘잘 쓰는 도시’, 그리고 시민의 삶을 중심에 놓는 도시다. 성남이 그 변화의 방향을 잡지 못한다면, 다음 해의 지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