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장초복 기자] 의정부시 곳곳에는 미군이 떠나며 남긴 공여지가 아직도 넓게 펼쳐져 있다. 과거에는 제한된 땅이었지만, 이제는 도시의 미래를 새로 설계할 수 있는 ‘금싸라기 자산’으로 평가된다. 수도권 북부의 관문이라는 입지, 교통 요충지라는 강점까지 갖춘 이 땅이야말로 의정부의 다음 50년을 결정할 핵심 공간이다.

그런데 최근 시가 이 부지 중 일부에 복합행정청사와 산하기관을 함께 수용하는 건물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시민사회에서는 “왜 또 행정 중심이냐” 우려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창업 공간으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곳을 행정시설로만 채우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 가평의 ‘작은 역’이 청소년 문화의 심장으로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1939, 전체 부지 37,257㎡(약 12,000평) 규모로 조성돼 연간 약 25개의 음악 관련 프로그램이 진행 전국의 예능 대학생들 모여드는 유명한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웃 가평군은 이미 새로운 해답을 보여주었다.

가평군은 역세권 개발 과정에서 구역사를 철거하지 않고, 그 건물을 리모델링해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1939’로 탈바꿈시켰다.

이곳은 음악 창작실, 공연장, 체험공간, 청소년 문화카페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역 청소년과 젊은 예술인들이 상시 활동할 수 있는 열린 무대가 됐다.

음악과 영화, K-POP, 예술 전시가 어우러지는 이 공간은 이제 전국의 젊은 창작자와 대학생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된곳이다.

지역은 청년의 발길로 다시 살아났고, 상권도 활력을 되찾았다.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을 문화로 재탄생시킨 성공사례다.

■ 성남의 ‘청년·청소년 플랫폼’, 지역의 인재를 키우다

성남시는 오래전부터 청소년을 위한 창의문화 공간 조성에 힘써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성남청소년문화의집’과 ‘청년지원센터 YOU&ME’이다.

이곳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청소년과 청년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참여형 공간이다.

음악과 미디어, 디자인, 사회참여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며, 실제로 여기서 배운 청년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지역의 문화기획자로 성장하기도 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청소년이 자기 주도적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야말로 지역이 키워야 할 가장 큰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행정이 공간을 만들고, 시민이 그 안에서 도시를 다시 만들어가는 구조다.

■ 의정부가 선택해야 할 길

의정부는 지금 ‘행정의 도시’에서 ‘문화의 도시’로 전환해야 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공공청사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자라는 공간, 특히 청소년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키우는 공간은 행정보다 훨씬 더 값진 투자다.

의정부의 공여지 일부를 청소년 문화창작센터, 시민예술플랫폼, 청년 창업공간 등으로 활용한다면 어떨까.

예술과 기술, 문화와 지역이 어우러지는 열린 공간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잇는 다리, 그리고 도시의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묻는다. ‘행정의 편의’와 ‘사람의 성장’ 중 어느 쪽이 진짜 미래인가.

청소년이 머무르고 싶어 하는 도시, 젊은 예술가가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야말로 의정부가 가야 할 길이다.

그 시작은 남겨진 땅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행정 효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성장이다. 의정부가 그 답을 보여줄 때, 비로소 진짜 멋진 도시가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