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장초복 기자] 의정부시와 경기도가 공동 예산 5억 6천만 원을 들여 조성한 영석고등학교 다목적 운동장이 완공된 지 2년이 넘도록 주민들에게 야간에는 한 번도 개방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체육 인프라 확충을 위한 공공사업이 ‘학교 담장 안의 시설’로만 남아 있는 사이, 주민들은 “세금으로 만든 그림의 떡”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생활체육 지원사업’으로 추진… 완공 후 2년째 ‘묵묵부답’

해당 사업은 2023년 3월 착공, 같은 해 12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 체육진흥시설 지원사업이다.

의정부시가 경기도의 보조를 받아 예산을 분담했고, 총사업비 5억 6천만 원 중 약 3억 원은 야간 조명탑(4기) 설치에 투입됐다.

당초 시는 준공 직후 지역 주민에게도 운동장을 개방하기로 계획했으나, 완공 후 2년이 지난 2025년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주민 개방 기록도 없다.

학교 측은 “안전관리 인력과 보험 문제”를 이유로 개방을 미루고 있고, 시 체육과는 “학교 재량 사안”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 협약은 ‘미완’, 관리 체계는 ‘공백’

취재 결과, 시와 학교 간 시설 운영 협약서에는 ‘주민 개방 시기’나 ‘관리 책임 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예산 집행은 완료됐지만 이후 운영에 대한 행정적 장치는 사실상 부재한 셈이다.

한 시 관계자는 “학교 부지 내 시설이라 시가 일방적으로 개방을 추진할 수는 없다”고 밝혔고, 반면 학교 측은 “개방을 검토 중이지만 시에서 관리·보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맞섰다.

이로 인해,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공 체육시설이 책임 주체 부재 속에 2년째 ‘행정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 주민 “조명까지 세워놓고 불도 안 켠다”… 체육권 침해 비판

운동장 주변에는 퇴근 후 운동을 즐기려는 주민들이 몰려들지만, 자물쇠로 잠긴 문만 바라보다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반복된다.

한 주민은 “밤마다 조명탑이 꺼진 채 방치된 걸 보면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다른 주민은 “주민이 이용할 수 없다면 애초에 공공사업으로 추진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도 “생활체육시설은 주민 접근성이 핵심인데, 예산만 집행하고 이용 구조를 만들지 않는다면 행정 실패”라고 지적한다.

■ 감사 사각지대… “성과보고만 존재하는 가짜 실적”

더 큰 문제는 예산이 투입된 이후 실적 검증 절차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다.

시와 학교는 매년 ‘체육시설 확충 완료’라는 성과를 보고했지만, 실제 이용 실적이나 개방률은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민 야간 이용률이 0%인데도 예산집행 보고서에는 ‘사업완료’로 처리돼 있다”며 “이는 형식적 행정이자 명백한 감사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 “운동장 문 열어라”… 시·학교 즉각 협의 필요

전문가들은 학교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야간 개방 시 안전관리·보험·시설 유지보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예산 집행 이후 ‘이용 실적 공개제’를 도입해 실제 주민 사용 현황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정부시 관계 부서와 영석고등학교는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답하기 위해, 늦어도 올해 안에는 개방 일정을 확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의 무책임이 낳은 ‘잠긴 운동장’이 더는 시민의 분노를 키우지 않도록, 철저한 후속 조치가 요구된다.

“예산은 썼다. 시설도 완공됐다. 그러나 문은 닫혀 있다.”

공공체육시설의 본래 목적은 ‘시설 조성’이 아니라 ‘시민 이용’이다.

책임을 미루는 행정의 관성 속에서 예산은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형식적 준공이 아닌, 실질적 개방과 시민 권리 회복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