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윤재갑 기자] 성남시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법조단지 이전이 심각한 지연 위기에 직면했다. 당초 2028년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던 이 사업이 최근 토양오염 문제와 예산 확보 지연 등으로 인해 사실상 2029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사업 차질을 넘어, 이번 사안은 성남시 행정의 구조적 무능과 책임 회피의 실체를 드러낸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군수 성남시의회 시의원(더불어민주당·신흥2·3·단대동)이 제기한 문제는 단지 정당 간 공방이 아닌 시민의 불편과 도시 미래를 직결한 절박한 목소리다. 40년이 넘은 성남지원과 지청은 이미 노후화로 인해 시민과 근무자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신상진 시장을 비롯한 성남시 집행부는 '불가피한 변수'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의 대응력과 협상력 부족이다. 부지 맞교환을 위한 감정평가 예산조차 제때 확보하지 못한 채, 토양오염이라는 새 변수에 대해선 정밀조사 착수 일정조차 늦어지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정화 완료 이후에만 부지 교환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시는 이를 적극적으로 돌파하려는 시도조차 미진한 상황이다.

이런 지연은 단순히 법조단지 이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분당 오리역세권 복합개발, 제4테크노밸리 조성 등 대형 도시개발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도시 성장의 기회를 잃는 대가를 시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군수 시의원의 지적처럼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있는 결단과 실행이다. 정밀조사와 정화 예산의 조속한 확보 및 집행, 법무부와의 선교환 협상 재개, 사업 일정과 진척 상황의 투명한 공개 등은 늦출 수 없는 과제다. 행정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회복해야 한다.

한편 신상진 시장은 ‘변수’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시장으로서의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 더 이상의 행정 지연은 시민의 신뢰를 영구히 잃게 될 뿐 아니라, 성남시의 미래를 갉아먹는 자해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