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공직자들이 사용하는 내부 의견수렴 게시판에 특정 정치적 비방과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 표현 사태와 관련, 성남시 감사관실은 “위법·부당함이 없다”며 감사를 거부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직무 유기다. 이는 시정의 기본 책무인 공직기강 유지와 행정 의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문제는 명확하다. 공공 시스템이 정치적 익명 공격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시정이 방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입장을 넘어, 이 사안은 행정의 본질적 신뢰 기반이 허물어지는 심각한 사안이다.

특정 정파를 향한 조롱과 공격이 공공 시스템을 통해 반복·확산되고 있음에도, 성남시는 이를 제어하기는커녕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위법 행위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감사관실의 태도다. 명백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해당 게시물 다수가 실정법 위반 소지를 안고 있음에도 감사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는 건, 단순한 태만을 넘어 책임 회피이자 공직 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중대한 실책이다.

공직자가 특정 정치인에 대한 모욕을 가하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성남시 행정은 정치적 진영 논리에 휘둘리는 ‘무정부 상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종성 시의원이 처음으로 이 문제를 공개 제기하며, 특정 공무원을 지목하거나 일반 공직자를 싸잡아 비난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그는 공직사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내부 시스템의 공정한 운영을 요구한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 지방자치에서 매우 정당한 감시 활동이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마저도 정치공세로 치부하고, 시정을 감싸며 비판을 회피하려 한다. 이는 시정의 자정 능력이 마비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감사관실의 무대응은 결국 성남시의회 협의회가 외부 수사를 요청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시 내부 감시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이제 외부 사법기관의 개입까지 요구되는 초유의 상황에 이른 것이다.

성남시는 즉시 익명게시판 운영 기준을 전면 개편하고, 반복되는 특정 성향의 발언 유포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독립적 감사 절차를 통해 해당 사안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책임자를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다. 이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시스템이 특정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되는 ‘제도적 불공정’이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심대한 위협이다.

성남시는 지금이라도 무책임한 방관을 멈추고, 강력하고도 책임 있는 행정 조치로 응답해야 한다.

지방자치는 단순히 지역 운영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시민의 신뢰와 참여로 이루어지는 작지만 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이 신뢰를 저버리는 시정이라면, 더는 자치의 이름을 들먹일 자격조차 없다. 성남시가 이 위기를 방치한다면, 시민의 분노는 곧 성남시 전체 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