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더 이상 ‘다가오는 위기’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현재진행형이며, 전 세계 모든 국가와 도시가 직면한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과제다. 우리 사회가 탈 탄소, 탄소 중립, 에너지 전환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시 설계되고 있는 지금, 인천광역시는 주목할 만한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2GW 규모의 공공주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를 조성하고,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전환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다.

이 사업은 단지 ‘전기를 만드는 풍력발전소’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은 지역이 주도하는 정의로운 전환,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로의 도약을 향한 인천의 전략적 선언이다.

해상풍력은 육상보다 바람의 세기와 지속성이 높고, 공간 제약이 적어 대규모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해상풍력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그중에서도 인천은 해상풍력 입지로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도권과의 근접성, 송전망 연계 용이성, 서해 특유의 낮은 파고, 풍부한 해역 등은 기술적·경제적 측면 모두에서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만으로는 해상풍력 단지를 성공시킬 수 없다. 진짜 핵심은 바로 ‘수용성’과 ‘공공성’이다.

이번 인천시가 추진 중인 ‘집적화단지’는 단순한 풍력단지 조성이 아니다.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입지를 선정하고, 주민과 함께 설계하며, 민관협력을 통해 갈등을 줄이는 제도적 틀이다. 집적화단지는 해상풍력 발전 사업의 계획성과 체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정부는 이러한 집적화단지를 통해 주민 이익공유, 수산업과의 공존, 지역 인프라 개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에너지가 지역을 위한 자산이 되도록 유도한다. 이에 따라 집적화단지로 지정되면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1MWh당 최대 0.1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인천시가 추진하는 2GW 규모의 단지는 연간 400억 원, 20년간 약 8,000억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원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재원은 단순한 수익이 아닌,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지역 에너지 복지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2026년 3월 26일, 「해상풍력 보급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 해상풍력 사업은 정부가 지정한 ‘계획입지 방식’으로 운영되며, 지자체 주도의 집적화단지 모델은 폐지된다. 단, 그 이전에 지정된 단지는 예외적으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부칙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은 인천시가 올해 9월까지 반드시 산업통상자원부에 집적화단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이유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러나 무작정 서두르는 것이 아니다. 인천시는 지난 수년간 충분한 사전 조사와 협의를 통해 입지를 발굴하고,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민관 참여 모델을 구축해왔다.

인천시는 2022년, 무분별하게 추진되던 민간 해상풍력 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부의 ‘공공주도 적합입지 발굴사업’에 참여했다. 국비 68억 원을 확보하고, 전력연구원·해양수산개발원·환경공단 등 4개 국책연구기관과 협력하여 풍황, 해양 생태, 어업권, 해상교통 등 종합적인 조사를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어업인과 주민을 대상으로 입지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고, 민관협의회를 통해 입지 후보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했다. 단순한 ‘설득’이 아니라, 참여와 공감의 과정을 설계한 것이다.

2024년 7월, 이 과정을 통해 3개 해역이 최종 입지로 확정되었고, 이후 2024년 8월에는 산업부의 ‘공공주도 해상풍력 단지개발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었다. 이를 통해 총 80.45억 원(국비, 시비, 민간 투자 포함)의 예산을 확보했으며, 2026년까지 환경성, 수용성, 사업성, 인허가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사전 타당성 조사를 추진 중이다.

2024년 4월부터는 군 작전성 및 전파영향 분석을 시작하고, 5월부터는 해상교통 안전진단, 전력계통 분석 등 기술 용역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6월 대선 이후에는 민관협의회와 숙의경청회를 통해 지역 주민과 어업인에게 계획을 공유하고 공감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단순히 행정 절차를 밟는 것이 아니라 ‘지역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는 진정성 있는 실천의 과정이다.

국제사회는 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할 때 더 이상 ‘기술’만을 말하지 않는다. 이제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핵심이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며,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진짜 전환이고, 진짜, 혁신이다.

인천의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추진은 그 의미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지역 주민과 어업인이 입지 선정부터 사업계획에 이르기까지 직접 참여하고,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이 모델은, 지방이 주도하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실현이라 부를 수 있다.
전북 군산에 이어 두 번째로 공공주도 해상풍력 단지개발을 연계 추진하는 지자체라는 점도, 그 의미를 더한다.

지금, 인천은 바람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 바람은 단지 풍력발전기를 돌리는 바람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이 스스로 에너지의 주인이 되겠다는 선언의 바람, 갈등과 불신을 넘어서는 공감과 참여의 바람,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전환의 바람이다.
이 바람이 인천을 넘어서 대한민국 전체에 퍼져나가기를, 그래서 우리, 모두가 함께 그 변화의 중심에 서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