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 놓는 다리, 고립을 걷는 다리 : 장봉도~모도 연도교 사업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
조희동 | 국장
인천/조희동 기자입력 : 2025. 05. 01(목) 14:24
섬에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름다운 자연 속에 살아가는 낭만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동시에 제한된 이동, 불편한 생활, 그리고 언제든 끊길 수 있는 연결 속에서 살아야 하는 고립의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행정, 의료, 교육, 교통 등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생활의 단절'은 섬 주민들에게 크나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장봉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한 2001년 이후, 이 조용한 섬은 이전과 전혀 다른 일상을 맞이해야 했다. 비행기의 굉음은 하루에도 수차례 섬을 덮쳤고, 이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주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피해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나 대책은 수년간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인천시와 옹진군은 ‘장봉도~모도 연도교 건설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2025년도 제1차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히 섬을 잇는 다리 하나가 건설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 사업은 섬 주민들의 오랜 고립과 소외의 상징을 치유하는 사회적 연결의 선언이기도 하다.
‘장봉도-모도 연도교’ 사업은 처음 논의된 것이 아니다. 2011년, 행정안전부는 ‘접경지역 발전 종합계획’(20112030)에 이 사업을 포함 시켰고, 이미 지역 차원에서의 필요성은 수차례 강조되어왔다. 그러나 2017년 한 차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탈락하며 사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은 것은, 다름 아닌 주민들과 옹진군, 인천시의 끈질긴 노력 덕분이었다. 인천시는 2023년 5월, 장봉도에서 신도·시도·모도를 잇는 구간을 광역시도 제68호선으로 지정하며 기반을 다졌고, 2024년 11월에는 사업의 사전 타당성 조사를 보완하여 재도전했다. 그 결과, 이번에 드디어 국가 차원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이룬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검토와 행정적 절차의 결과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는 지방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결실을, 맺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번 연도교 사업은 장봉도와 모도를 잇는 1.8km 해상교량을 건설하는 것으로, 왕복 2차로 규모이며 총, 사업비는 약 1,085억 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 중 70%는 국비로 지원받을 예정으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착공하여 203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도교가 완공되면 교통의 변화는 극적일 것이다. 현재 장봉도에서 육지를 나가려면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여객선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고 1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하지만 다리가 놓이면 차량으로 약 20분 안팎이면 이동이 가능해진다.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정기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 도시로 통학하는 학생, 장을 보거나 관공서를 방문해야 하는 주민들에게 이는 삶의 리듬 자체가 바뀌는 일이다.
또한, 관광객 유입의 확대도 기대된다. 옹진군의 섬들은 그 자체로 뛰어난 관광자원이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관광객이 쉽게 찾기 어려웠다. 연도교가 개통되면 ‘드라이브로 떠나는 섬 여행’이 가능해져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지역 특산물의 운송과 유통도 빨라져 농·수산업의 경쟁력 역시 상승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인프라를 ‘공공 서비스’로 정의하지만, 사실 그 본질은 ‘기회에 대한 평등한 접근’이다. 육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학교, 병원, 시장, 도로가 섬 주민들에게는 사치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장봉도~모도 연도교 사업은 국가 인프라의 형평성과 지역 간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한편, 이번 사업은 단지 지역 주민의 편익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장기적으로 인천국제공항과 주변 섬을 잇는 복합교통망의 구축, 해양관광 벨트 형성 등 보다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도시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섬이 도시의 중심과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확장된 도시의, 일부로 인식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시작점’이지 ‘완성’은 아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 주관으로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며, 이 과정을 통해 사업의 경제성, 정책성, 기술적 타당성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중앙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이 사업이 실질적인 추진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책은 구상과 설계, 협의와 조율, 집행과 평가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언제나 사람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겠다는 의지여야 한다. 장봉도~모도 연도교는 단순한 도로 사업이 아니라, 오랜 시간 외면되어 온 주민들에게 '우리는 잊지 않았다'는 신호이자,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사회적 약속이기도 하다.
다리는 물리적 구조물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상징이다. 이 연도교는 섬과 육지를, 주민과 정책을, 고립과 희망을 잇는 다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위에서 더 평등하고 연결된 사회를 향해 함께 걸어가야 한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장봉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한 2001년 이후, 이 조용한 섬은 이전과 전혀 다른 일상을 맞이해야 했다. 비행기의 굉음은 하루에도 수차례 섬을 덮쳤고, 이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주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피해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나 대책은 수년간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인천시와 옹진군은 ‘장봉도~모도 연도교 건설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2025년도 제1차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히 섬을 잇는 다리 하나가 건설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 사업은 섬 주민들의 오랜 고립과 소외의 상징을 치유하는 사회적 연결의 선언이기도 하다.
‘장봉도-모도 연도교’ 사업은 처음 논의된 것이 아니다. 2011년, 행정안전부는 ‘접경지역 발전 종합계획’(20112030)에 이 사업을 포함 시켰고, 이미 지역 차원에서의 필요성은 수차례 강조되어왔다. 그러나 2017년 한 차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탈락하며 사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은 것은, 다름 아닌 주민들과 옹진군, 인천시의 끈질긴 노력 덕분이었다. 인천시는 2023년 5월, 장봉도에서 신도·시도·모도를 잇는 구간을 광역시도 제68호선으로 지정하며 기반을 다졌고, 2024년 11월에는 사업의 사전 타당성 조사를 보완하여 재도전했다. 그 결과, 이번에 드디어 국가 차원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이룬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검토와 행정적 절차의 결과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는 지방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결실을, 맺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번 연도교 사업은 장봉도와 모도를 잇는 1.8km 해상교량을 건설하는 것으로, 왕복 2차로 규모이며 총, 사업비는 약 1,085억 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 중 70%는 국비로 지원받을 예정으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착공하여 203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도교가 완공되면 교통의 변화는 극적일 것이다. 현재 장봉도에서 육지를 나가려면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여객선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고 1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하지만 다리가 놓이면 차량으로 약 20분 안팎이면 이동이 가능해진다.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정기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 도시로 통학하는 학생, 장을 보거나 관공서를 방문해야 하는 주민들에게 이는 삶의 리듬 자체가 바뀌는 일이다.
또한, 관광객 유입의 확대도 기대된다. 옹진군의 섬들은 그 자체로 뛰어난 관광자원이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관광객이 쉽게 찾기 어려웠다. 연도교가 개통되면 ‘드라이브로 떠나는 섬 여행’이 가능해져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지역 특산물의 운송과 유통도 빨라져 농·수산업의 경쟁력 역시 상승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인프라를 ‘공공 서비스’로 정의하지만, 사실 그 본질은 ‘기회에 대한 평등한 접근’이다. 육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학교, 병원, 시장, 도로가 섬 주민들에게는 사치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장봉도~모도 연도교 사업은 국가 인프라의 형평성과 지역 간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한편, 이번 사업은 단지 지역 주민의 편익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장기적으로 인천국제공항과 주변 섬을 잇는 복합교통망의 구축, 해양관광 벨트 형성 등 보다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도시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섬이 도시의 중심과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확장된 도시의, 일부로 인식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시작점’이지 ‘완성’은 아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 주관으로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며, 이 과정을 통해 사업의 경제성, 정책성, 기술적 타당성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중앙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이 사업이 실질적인 추진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책은 구상과 설계, 협의와 조율, 집행과 평가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언제나 사람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겠다는 의지여야 한다. 장봉도~모도 연도교는 단순한 도로 사업이 아니라, 오랜 시간 외면되어 온 주민들에게 '우리는 잊지 않았다'는 신호이자,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사회적 약속이기도 하다.
다리는 물리적 구조물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상징이다. 이 연도교는 섬과 육지를, 주민과 정책을, 고립과 희망을 잇는 다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위에서 더 평등하고 연결된 사회를 향해 함께 걸어가야 한다.
인천/조희동 기자 121d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