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감염관리, ‘말’보다 ‘제도’가 필요하다
조희동 | 국장
입력 : 2025. 04. 16(수) 15:20
지난 15일, 인천광역시가 중구 하버파크호텔에서 '요양병원 감염관리 개선 대책 포럼'을 열었다. 표면적으로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CRE(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목)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토론과 발표,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가 있었고, 전문가들은 각자의 견해를 공유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많은, 의문점들을 남기고 있다. 지금까지 “그 많던 포럼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날 발표된 수많은 대책은 왜 현장에 도달하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점이다.
이번 포럼도 결국은 ‘또 하나의 자리’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가 반복해서 보고 있는 건, 위기 발생 → 포럼 개최 → 전문가 발표 → 일시적 관심 → 다시 침묵이라는 익숙한 순환이다.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CRE 감염증 환자는 3,649명.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무려 22.3% 증가했다. 수치만 보아도 심각성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 상황이 '새롭지 않다'는데 있다. CRE 감염증은 이미 수년 전부터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조용히 확산되고 있었으며, 방역 전문가들은 수차례 그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섰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감염병 대응이 ‘위기 발생 후 대처’라는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우리는 지금도 위기를 관리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단지 수습하고 있을 뿐이다.
CRE는 강력한 항생제인 카바페넴에 내성을 지닌 세균이다. 이런 균에 감염되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다. 요양병원은 말 그대로 이 감염증의 '최전선'이다. 그런데도 다수의 요양병원은 감염관리 전담 인력도, 실시간 대응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여기서 짚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감염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지만, 감염이 ‘확산’되는 것은 정책과 제도의 결과라는 점이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CRE 감염 확산은 단순히 바이러스가 강해서가 아니라, 그 바이러스가 뚫고 들어올 수 있는 사회적 허점이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이 감염병에 취약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원인은 단지 ‘의료기관의 부주의’ 때문일까? 실제로 다수의 요양병원은 감염관리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인건비는 부담되고, 정부 지원은 미미하며, 법적 의무도 느슨하거나 모호하다. 그러면서도 감염이 발생하면 요양병원은 마치 주범처럼 지목된다.
이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화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감염관리 인력을 배치하고, 교육을 정례화하고,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다. 하지만 이들은 ‘컨설팅’ ‘권고’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모호하게 분산시키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도 '인천시 요양병원 감염관리 현장 컨설팅'이 주요 발표 주제 중 하나였다. 물론 컨설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컨설팅은 문제를 ‘진단’하는 과정이지, ‘해결’은 아니다. 컨설팅 후에도 병원의 인력 사정은 변하지 않고, 방역 장비는 노후화된 채 유지되며, 감염 예방 매뉴얼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한다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진단’과 ‘분석’을 경험했다. 이제 필요한 건 행동(action)이다.
지방정부는 종종 말한다. “예산이 한정돼 있다”고. 그러나 묻고 싶다.
그 예산은 정말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는가?
감염병 관리는 단순히 보건 문제가 아니라 복지와 존엄의 문제다. 요양병원은 고령자, 장애인, 만성질환자가 장기 입원하는 공간이다. 이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다. 이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돈이 없다'는 말은, 결국 의지가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CRE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구체화 돼야 한다.
감염관리 전담 인력 배치의 법제화 및 국가 보조금 지원 제도화, 요양병원 내 감염병 발생 시 실시간 경보 및 대응 체계 구축, 병원 종사자 대상 정기적 감염관리 교육 의무화, 감염 예방 인프라(음압병실, 격리병실 등) 확충을 위한 재정 지원, 감염병 발생 시 책임소재를 병원에만 전가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 개선 등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다. 지속가능성이 핵심이며, 정권이 바뀌거나 담당자가 교체돼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 때 비로소 우리는 포럼이 아닌 ‘정책’에 도달할 수 있다.
인천시의 이번 포럼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였다. 그러나 그 시도가 또 하나의 형식적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논의’보다 중요한 건 ‘실행’이며, ‘계획’보다 시급한 것은 ‘제도’다.
우리는 더, 이상 말 잔치에 박수칠 여유가 없다. CRE 감염증은 경고가 아닌 현실이고, 대응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진짜 변화는, 현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많은, 의문점들을 남기고 있다. 지금까지 “그 많던 포럼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날 발표된 수많은 대책은 왜 현장에 도달하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점이다.
이번 포럼도 결국은 ‘또 하나의 자리’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가 반복해서 보고 있는 건, 위기 발생 → 포럼 개최 → 전문가 발표 → 일시적 관심 → 다시 침묵이라는 익숙한 순환이다.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CRE 감염증 환자는 3,649명.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무려 22.3% 증가했다. 수치만 보아도 심각성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 상황이 '새롭지 않다'는데 있다. CRE 감염증은 이미 수년 전부터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조용히 확산되고 있었으며, 방역 전문가들은 수차례 그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섰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감염병 대응이 ‘위기 발생 후 대처’라는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우리는 지금도 위기를 관리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단지 수습하고 있을 뿐이다.
CRE는 강력한 항생제인 카바페넴에 내성을 지닌 세균이다. 이런 균에 감염되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다. 요양병원은 말 그대로 이 감염증의 '최전선'이다. 그런데도 다수의 요양병원은 감염관리 전담 인력도, 실시간 대응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여기서 짚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감염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지만, 감염이 ‘확산’되는 것은 정책과 제도의 결과라는 점이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CRE 감염 확산은 단순히 바이러스가 강해서가 아니라, 그 바이러스가 뚫고 들어올 수 있는 사회적 허점이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이 감염병에 취약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원인은 단지 ‘의료기관의 부주의’ 때문일까? 실제로 다수의 요양병원은 감염관리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인건비는 부담되고, 정부 지원은 미미하며, 법적 의무도 느슨하거나 모호하다. 그러면서도 감염이 발생하면 요양병원은 마치 주범처럼 지목된다.
이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화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감염관리 인력을 배치하고, 교육을 정례화하고,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다. 하지만 이들은 ‘컨설팅’ ‘권고’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모호하게 분산시키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도 '인천시 요양병원 감염관리 현장 컨설팅'이 주요 발표 주제 중 하나였다. 물론 컨설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컨설팅은 문제를 ‘진단’하는 과정이지, ‘해결’은 아니다. 컨설팅 후에도 병원의 인력 사정은 변하지 않고, 방역 장비는 노후화된 채 유지되며, 감염 예방 매뉴얼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한다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진단’과 ‘분석’을 경험했다. 이제 필요한 건 행동(action)이다.
지방정부는 종종 말한다. “예산이 한정돼 있다”고. 그러나 묻고 싶다.
그 예산은 정말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는가?
감염병 관리는 단순히 보건 문제가 아니라 복지와 존엄의 문제다. 요양병원은 고령자, 장애인, 만성질환자가 장기 입원하는 공간이다. 이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다. 이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돈이 없다'는 말은, 결국 의지가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CRE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구체화 돼야 한다.
감염관리 전담 인력 배치의 법제화 및 국가 보조금 지원 제도화, 요양병원 내 감염병 발생 시 실시간 경보 및 대응 체계 구축, 병원 종사자 대상 정기적 감염관리 교육 의무화, 감염 예방 인프라(음압병실, 격리병실 등) 확충을 위한 재정 지원, 감염병 발생 시 책임소재를 병원에만 전가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 개선 등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다. 지속가능성이 핵심이며, 정권이 바뀌거나 담당자가 교체돼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 때 비로소 우리는 포럼이 아닌 ‘정책’에 도달할 수 있다.
인천시의 이번 포럼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였다. 그러나 그 시도가 또 하나의 형식적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논의’보다 중요한 건 ‘실행’이며, ‘계획’보다 시급한 것은 ‘제도’다.
우리는 더, 이상 말 잔치에 박수칠 여유가 없다. CRE 감염증은 경고가 아닌 현실이고, 대응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진짜 변화는, 현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