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인천연구원은 인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를 찾아 ‘정책현장시찰’을 진행하고 지역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방문은 덕적도, 장봉도에 이어 세 번째로 이어진 섬 방문으로, 연구원이 ‘현장 중심의 정책개발’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추진한 일정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연구원장과 연구진이 섬 지역을 직접 찾고 주민과 소통하며 현안을 청취하는 모습은 정책기관의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책 시찰이라는 이름의 이 방문이, 정말로 섬 주민의 삶을 바꾸고 있는가? 단 한 번의 방문과 한 차례의 간담회로, 지역이 겪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착각은 아닐까?

인천연구원은 ‘시민 삶과 밀접한 현장 중심 연구’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분명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이번 대이작도 시찰 내용을 보면, 해양생태관, 부아산, 계남분교 등을 둘러보고, ‘섬 명소화 사업’을 점검한 것으로 나타난다. 관광 인프라 위주의 시찰은 주민의 삶과 직결된 주거·교통·의료·교육 등 핵심 문제로부터 다소 거리가 있다.

대이작도는 대표적인 도서 지역으로서, 높은 고령화율, 의료 서비스 부족, 청년층의 지속적인 유출 등 만성적인 문제가 누적되어 있는 지역이다. 특히 교통 인프라 부족은 응급 상황에서 생명에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인천연구원이 어떤 구체적인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했는지에 대해서는 보도자료 어디에도 확인할 수 없다.

더욱이 이번 시찰은 연구원 주도 행사로 보이며,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충분히 사전 준비되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만약 '현장'을 보러 간다는 명목하에 관 주도의 시찰이 반복된다면, 결국 이것은 실효성 없는 상징적 행보에 불과하다.

간담회를, 열렸다고는 하나,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이 대부분 행정 관계자 또는 공공기관 종사자 중심이었다면, 진정한 의미의 '주민 참여'라 보기 어렵다. 정책의 수요자는 시민이며, 특히 도서 지역의 경우, 주민들의 일상 경험은 외부 행정과 연구기관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생활 기반 지식’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수혜자의 삶과 밀접한 접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섬 주민들은 관광 명소화보다도 "겨울철에도 닫지 않는 보건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여객선 시간표", "아이들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교육 환경"을 원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 기반의 의제가 논의되고 반영되었는지는 의문이다.

현장 시찰이 단발성에 그친다면, 오히려 주민의 기대만 키우고 실망만 남길 수 있다.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공공기관 간의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많은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도서 지역 개발과 관련해 ‘관광 활성화’ ‘섬 명소화’ ‘문화자원 발굴’ 등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지역의 일시적 부흥을 도모할 수는 있어도, 지속가능한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근본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예컨대 섬에 관광객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정작 주민들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성수기 집중적 혼잡, 생활용 자원 가격 상승, 청정 환경 훼손 등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외부 시선에 맞춰진 개발이 아닌, ‘섬 주민의 관점에서 출발하는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

그렇다면 인천연구원이 진정으로 현장 중심 연구를 추구한다면 어떤 방식이 필요할까? 다음과 같은 방향 전환을 제안한다.
정책연구의 초기 단계부터 섬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하며. 참여 예산제, 주민패널 인터뷰, 생활 기록 조사 등이 그 방법이다.

이와 함께 시찰 이후의 정책이 실제 실행되었는지, 주민 만족도는 어떤지를 추적 조사해 결과를 공개해야 하고. 연구가 단지 보고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예산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한 행정 협력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섬의 문제는 결국 섬 내부에서 지속가능하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 유입과 교육 기회 확대는 장기적으로 지역 자립의 핵심이다.

인천연구원의 이번 대이작도 시찰은 '현장을 찾았다'는 데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정말로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을 원한다면, 정책 연구자가 섬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섬의 일원이 되는 자세가 필요하다. 행정과 연구는 ‘관찰자’가 아니라 ‘공동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섬은 더 이상 낭만적 공간이 아니다. 그곳에는 매일 아침 등교 차량을 기다리는 아이가 있고, 겨울철 병원을 찾기 어려운 어르신이 있다. 이들의 삶에 닿는 정책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현장 중심 행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