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 담수화만이 해답인가?
섬 지역 물 공급 정책, 기술보다 사람이 먼저다
조희동 기자입력 : 2025. 04. 20(일) 13:49
[조희동 기자] 인천광역시가 서해 최북단의 섬들,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에 대한 물 공급 체계를 점검하고 해수 담수화시설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이해할 수 있는 조치다. 백령공항 건설과 ‘인천 아이 바다패스’ 같은 관광 활성화 정책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늘어나고, 기후 위기로 인해 가뭄이 심화되면서 섬 지역의 지하수 고갈과 염분 농도 증가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일련의 흐름을 보다 넓은 시야에서 보면, 이번 점검과 대책은 한계가 뚜렷한 기술 중심 처방에 머물러 있다. 공급 확대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물 문제를 단지 ‘양적인 부족’으로만 인식한 결과다. 지금 인천의 섬들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관정을 더 뚫는 것이 아니라, 물 자체를 바라보는 정책의 철학을 전환하는 일이다.
해수담수화는 기술적으로 ‘물이 없는 곳에 물을 만드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기술은 결코 마법이 아니다. 고도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바닷물을 끓이거나 고압으로 거르는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크다. 대규모 담수화는 해양 생태계에 필요한 염도 균형을 깨뜨릴 수 있으며, 담수화 후 남는 고농도 염수(브라인)는 배출 위치와 방식에 따라 연안 생물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도 크다. 현재 세계에서 해수담수화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중동 국가들조차도 담수화 시설 유지에 막대한 국고를 투입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물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수순이 된다. 인천시가 추진 중인 백령도 해수담수화시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결국 이 시설로 공급되는 물의 ‘값’은 장기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감당하게 된다. 과연 이 방식이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해결책일까?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의 기반이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인프라이며, 지역의 삶을 지탱하는 조건이다. 섬 지역에서의 물 문제는 특히 기후, 지형, 인구구조, 관광 개발, 정책 집행력, 행정 격차까지 얽혀 있는 복합적 사안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부족하니 더 공급하겠다'는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
예컨대, 이번 점검에서 드러난 소청도의 누수 문제는 해수담수화와는 무관한 지점이다. 낡은 관로, 유지보수의 부재, 체계적 관리의 실패가 겹쳐진 결과다. 만약 이런 인프라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담수화 시설만 지어 올린다면, 기존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새로운 문제만 덧붙여질 뿐이다. 문제의 뿌리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정책의 방향과 행정의 태도에 있는 셈이다.
섬 지역의 물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공급 확장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물 정책은 ‘대규모 공급’을 기준으로 설계되었지만, 이제는 소규모 지역 단위의 자립형 수자원 체계가 더욱 중요해졌다. 지하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조사, 빗물 저장 및 재이용 체계, 소형 저수지 신설 및 확장. 스마트 누수 감지 시스템 등 다양한 ‘작지만 효과적인’ 방법들이 정책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특히 수요 관리 정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관광객이 늘어나더라도 그에 따라 무작정 공급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물 사용량 자체를 줄이고 순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관광 인프라를 재설계해야 한다. 이는 단지 생태적 필요를 넘어,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이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번 현장점검에서 인천시는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종종 ‘주민 의견 수렴’은 보고서나 보도자료의 문장을 채우기 위한 형식으로 소비된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의견이 어떻게 정책에 반영되고, 예산으로 실현되며, 사업의 우선순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이다.
무엇보다도, 개발과 생존의 경계에 놓인 섬 지역에서 물은 곧 ‘주거권’이고, ‘이주 여부’를 결정짓는 열쇠다. 물이 없다면 그 어떤 관광 정책도, 공항도, 정주 유도 정책도 작동하지 않는다. 섬에서 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물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지역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인천시가 이번에 편성한 285억 원의 예산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그 예산이 향하는 방향이 기술적 처방에만 머문다면, 이 시도는 결과적으로 또 하나의 실패한 정책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인프라에 앞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기술에 앞서 사람을 봐야 한다.
섬의 물 문제는 단지 물의 문제가 아니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제다. 그들의 삶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지, 그들의 생존 조건을 어떻게 함께 고민할 것인지가 정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해수담수화가 유일한 해답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해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 해답은 바다에 있지 않다. 그 바다를 따라 살아가는, 오늘도 물을 길어 올리는 사람들에게 있다
그러나 이 일련의 흐름을 보다 넓은 시야에서 보면, 이번 점검과 대책은 한계가 뚜렷한 기술 중심 처방에 머물러 있다. 공급 확대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물 문제를 단지 ‘양적인 부족’으로만 인식한 결과다. 지금 인천의 섬들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관정을 더 뚫는 것이 아니라, 물 자체를 바라보는 정책의 철학을 전환하는 일이다.
해수담수화는 기술적으로 ‘물이 없는 곳에 물을 만드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기술은 결코 마법이 아니다. 고도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바닷물을 끓이거나 고압으로 거르는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크다. 대규모 담수화는 해양 생태계에 필요한 염도 균형을 깨뜨릴 수 있으며, 담수화 후 남는 고농도 염수(브라인)는 배출 위치와 방식에 따라 연안 생물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도 크다. 현재 세계에서 해수담수화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중동 국가들조차도 담수화 시설 유지에 막대한 국고를 투입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물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수순이 된다. 인천시가 추진 중인 백령도 해수담수화시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결국 이 시설로 공급되는 물의 ‘값’은 장기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감당하게 된다. 과연 이 방식이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해결책일까?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의 기반이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인프라이며, 지역의 삶을 지탱하는 조건이다. 섬 지역에서의 물 문제는 특히 기후, 지형, 인구구조, 관광 개발, 정책 집행력, 행정 격차까지 얽혀 있는 복합적 사안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부족하니 더 공급하겠다'는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
예컨대, 이번 점검에서 드러난 소청도의 누수 문제는 해수담수화와는 무관한 지점이다. 낡은 관로, 유지보수의 부재, 체계적 관리의 실패가 겹쳐진 결과다. 만약 이런 인프라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담수화 시설만 지어 올린다면, 기존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새로운 문제만 덧붙여질 뿐이다. 문제의 뿌리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정책의 방향과 행정의 태도에 있는 셈이다.
섬 지역의 물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공급 확장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물 정책은 ‘대규모 공급’을 기준으로 설계되었지만, 이제는 소규모 지역 단위의 자립형 수자원 체계가 더욱 중요해졌다. 지하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조사, 빗물 저장 및 재이용 체계, 소형 저수지 신설 및 확장. 스마트 누수 감지 시스템 등 다양한 ‘작지만 효과적인’ 방법들이 정책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특히 수요 관리 정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관광객이 늘어나더라도 그에 따라 무작정 공급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물 사용량 자체를 줄이고 순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관광 인프라를 재설계해야 한다. 이는 단지 생태적 필요를 넘어,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이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번 현장점검에서 인천시는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종종 ‘주민 의견 수렴’은 보고서나 보도자료의 문장을 채우기 위한 형식으로 소비된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의견이 어떻게 정책에 반영되고, 예산으로 실현되며, 사업의 우선순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이다.
무엇보다도, 개발과 생존의 경계에 놓인 섬 지역에서 물은 곧 ‘주거권’이고, ‘이주 여부’를 결정짓는 열쇠다. 물이 없다면 그 어떤 관광 정책도, 공항도, 정주 유도 정책도 작동하지 않는다. 섬에서 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물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지역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인천시가 이번에 편성한 285억 원의 예산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그 예산이 향하는 방향이 기술적 처방에만 머문다면, 이 시도는 결과적으로 또 하나의 실패한 정책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인프라에 앞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기술에 앞서 사람을 봐야 한다.
섬의 물 문제는 단지 물의 문제가 아니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제다. 그들의 삶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지, 그들의 생존 조건을 어떻게 함께 고민할 것인지가 정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해수담수화가 유일한 해답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해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 해답은 바다에 있지 않다. 그 바다를 따라 살아가는, 오늘도 물을 길어 올리는 사람들에게 있다
조희동 기자 121d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