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발주한 연구 용역을 통해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가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지역별로 전력 소비와 생산 상황에 맞춰 요금을 다르게 설정하겠다는 이 방안은 경제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합리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천 시민들에게는 이 제도가 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맹점이 있다.
인천은 전력 자급률이 186%에 이르고 수도권의 전력 공급 허브 역할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은 인천이 생산보다 소비가 더 많다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도입된다면, 인천 시민들은 역차별을 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은 2023년 기준으로 총 48.1TWh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하면서도, 자체 소비량은 25.8TWh에 불과하다. 즉, 인천은 생산 전력의 절반 가량을 서울과 경기도로 송전하여 수도권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약 87.36%는 인천이 오히려 전력을 과소비하는 지역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의 오차는 단순한 오해를 넘어, 차등 요금제 도입 시 인천 시민들에게 상당한 불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로 권역을 나누어 전기요금 차등제를 검토하고 있다. 인천은 서울 및 경기와 같은 수도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인천의 실질적인 에너지 역할을 무시한 결과일 수 있다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인천은 서울과 경기의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도권의 전력 소비를 지원하는 생산 거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인천이 요금 인상의 대상이 된다면, 인천 시민들은 자신들이 직접 소비하지도 않는 전력의 비용 부담을 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연구 용역에서 ▲지역 구분 ▲적정 차등 수준 ▲적용 대상 등 여러 요소를 다각적으로 검토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전력시장의 지역 구분을 세분화할수록 각 지역의 특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반영할 수 있지만, 그만큼 시스템의 복잡성과 운영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지역 구분이 세분화될 수록 발전계획, 가격 결정 및 정산, 지역별 수요 등을 개선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전력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산업부 또한 전력 흐름과 행정 권역, 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역 구분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번 논의가 단순히 지역별 요금 정책의 변화로 그쳐서는 안 된다. 차등 요금제 도입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공정한 전력 요금 체계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는 곧 국민이 각 지역의 전력 공급 및 소비 실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해당 지역의 에너지 정책이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도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취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전력 생산이 이루어지는 지역에서 전력을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전력 시스템을 구축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전력 수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를 줄이자는 것이다.

인천처럼 자급률이 높은 지역이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전기요금 인상을 겪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인천이 전력 자립과 공급의 중심지로서 차별 없는 정책적 배려를 받을 필요가 있다.

정부와 한전은 인천의 전력 자급률이 높은 사실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인천이 겪는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이번 연구 용역이 단순히 지역별 요금 차등화 방안을 넘어, 인천과 같은 에너지 공급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국민적 인식을 바로잡는 중요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

나아가 ‘지산지소형’의 원칙에 따라 자급률이 높은 지역이 역차별을 겪지 않도록 정책이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모든 지역의 에너지 소비와 생산이 조화롭게 이뤄질 수 있는 공정한 전력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