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와 산업화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우리는 편리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이 같은 편리함 뒤에는 보이지 않는 자연의 비극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년 약 800만 마리의 새들이 방음벽, 건물 유리창 등 인공 구조물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다는 충격적인 통계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새들은 투명한 구조물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 충돌해 즉사하거나 중상을 입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20년부터 '새 충돌 방지 테이프 지원 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 사업은 실효성 측면에서 매우 저조한 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2019년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약 800만 마리의 새들이 구조물과 충돌해 폐사하고 있으며, 이는 투명한 방음벽 1km당 164마리, 건물 한 동당 평균 1.07마리가 충돌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충돌 방지 테이프는 단순하면서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나도록 실질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없으며, 사업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충돌 방지 테이프 지원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총 5억 9000만 원으로, 연평균 1억 5000만 원에 불과하다. 2023년과 2024년 예산은 1억 2000만 원으로 더 감소했으며, 이마저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동안 약 5200만 원이 불용액으로 남았고, 매년 신청 기관 중 약 20%가 선정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새 충돌 방지 테이프를 지원받기 위해 신청한 기관 중 일부가 매년 예산 부족으로 탈락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실제로는 예산이 남아돌고 있는, 것이다.

예산 집행 문제 외에도, 이 사업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과 측정과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2018년 이후 새 충돌 문제에 대한 현황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있으며, 국립생태원이 운영하는 앱을 통해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만을 집계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매우 제한적이며, 전국적인 현황을 반영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주도하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없는 상태에서는 사업의 실효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책 개선 또한 기대할 수 없다.

충돌 방지 테이프가 설치된 구간에서 새 충돌이 얼마나 감소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전무한 상황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2022년에는 약 1만 3247마리의 새가 충돌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2023년에는 그 수치가 9711마리로 집계되고 있다. 2024년 5월까지 집계된 수치는 2708마리에 이르렀다. 이 숫자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새들이 구조물에 부딪혀 죽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환경부는 충돌 방지 테이프 설치의 효과를 검증하거나, 그 효과에 따라 예산을 재조정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거의 취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문이 드는 것은, 왜 환경부는 새 충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가이다. 야생생물 보호법 개정으로 2023년부터 정부 기관에 새 충돌 방지 의무가 부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의지나 관심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가 새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 계획이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는 소식을 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 보호에 대한 정부의 인식 부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새들의 충돌 문제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자연환경과 생태계는 인간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간이 도시와 인프라를 확장하며 개발해온 결과, 우리는 자연을 점점 더 위협하고 있다. 새들이 투명한 방음벽이나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것은 단순한 생태적 문제를 넘어서 인간의 생활 방식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자연과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새 충돌 방지 사업은 그 시작은 미미했지만,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것을 넘어, 새 충돌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강구되어야 한다. 투명한 방음벽이나 건물 유리창에 충돌하는 문제는 충돌 방지 테이프 외에도 여러 해결책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충돌 방지 디자인이 적용된 창문이나 구조물의 설치, 조명을 조절해 새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 더 넓은 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는 정책적 의지와 관심에서 시작된다. 환경부는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충돌 방지 사업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새 충돌 방지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정부의 체계적인 노력이 결합 된다면, 우리는 새들이 더 이상 투명한 구조물에 부딪혀 목숨을 잃지 않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새 충돌 문제는 단순한 환경 보호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필수 과제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며, 그 첫걸음은 작은 생명들에 대한 관심과 보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