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장초복 기자] 미군이 떠난 자리에 무엇을 세우느냐는 단순한 도시개발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70년간 닫혀 있던 땅을 시민에게 어떻게 되돌려줄 것인가’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철학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러나 의정부2동 캠프라과디아 부지에 건립 예정인 공공청사 계획은 중요한 질문 앞에서 다시 한번 행정 중심 사고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 행정 편의주의의 그림자
​물론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복합청사에 주민센터, 수영장, 체육시설 등이 들어선다는 구상은 일견 시민 편의를 위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의정부도시공사까지 함께 입주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그 구상의 무게 중심은 여전히 '행정 편의'와 시청 별관 기능 강화에 기울어 있다.

​반환공여지는 오랜 세월 시민의 접근이 차단되었던, 도시의 가장 소중한 '미래 자산'이다. 이 상징적인 공간을 재활용하는 방식은 단순히 부족한 행정 공간을 채우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만약 시 관계자들의 주장처럼 이 청사가 “원도심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면, 우리는 관공서 건물이 도시의 활력을 창출했던 성공적인 사례를 찾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관공서 건물은 그 본질상 낮에는 공무원이 일하고 밤에는 불이 꺼진다. 공문서가 쌓이는 곳에 사람이 모여 머물고, 소비하고, 교류하는 도시의 활력이 자리하기 어렵다. 오히려 도심의 낡은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24시간 불이 켜지고 다양한 주체가 교류하며 창의적인 활동이 일어나는 ‘시민 생활공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행정청사 한 동이 지역 상권과 공동체 회복을 견인할 수 있다는 믿음은, 도시재생의 본질을 외면한 순진한 낙관론에 불과하다.

​■ 창의가 아닌 건물, 퇴행하는 도시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행정과 건물 중심의 도시재생' 방식이 반환공여지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의정부의 소중한 미래 자산이 또다시 아파트나 관공서라는 예측 가능한 용도로 채워지는 현실은, 우리 도시가 창의와 혁신이 아닌 관료적 편의와 건물 건설에 초점을 맞추며 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의 주인이 시민이라면, 반환공여지는 마땅히 문화, 창업,교육,청년,복합상생공간으로 재 탄생해야 한다.

행정은 더 이상 거대한 벽과 문서로 상징되는 건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명한 지원체계로 존재해야 하는것이다.

​공공청사 한 동을 더 세우는 일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이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가’, 그리고 시민은 그 안에서 어떤 삶을 꿈꿀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의정부의 반환공여지가 또 한 번 벽과 문서로 채워진다면, 그 땅은 미군으로부터 해방되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단지 주인이 미군에서 관(官)으로 바뀐 채 다시 닫힌 땅으로 남을 뿐이다.

지금 의정부시는 도시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땅에 생명력과 활력이 넘치는 시민의 시간을 담을 것인지, 아니면 공무원의 출퇴근 시간만 채워지는 행정의 공간으로 남길 것인지 우리는 후자를 선택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