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장초복 기자]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취임 3년 4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선거 당시 핵심 공약이었던 장암 테크노밸리 조성은 여전히 지도 위의 선(線)조차 그어지지 않았다.

차량기지 이전의 관할 기관인 서울교통공사와 공식 협의조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사실은, 이 공약이 현실적 검토 없이 제시된 구호였음을 방증한다.

■ 현실을 외면한 공약의 구조적 한계

도봉차량기지 이전은 서울시·서울교통공사·국토부 등 다수 기관이 얽힌 복합 행정 사안이다. 그럼에도 김 시장은 법적 절차나 이해관계자 협의 없이 ‘테크노밸리 조성’을 전면 공약으로 내세웠다.

결국 현실성 없는 비전은 시민의 기대만 부풀리고 행정 신뢰는 깎아내린 결과를 낳았다.

정치권은 이미 2020년 김민철 국회의원이 제시했던 ‘공공택지 개발 기반의 복선화 재원 마련 구상’을 사실상 명칭만 바꾼 공약 베끼기라 지적한다.

아이디어의 원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그러나 김 시장은 그 실행의 첫 단계인 협의조차 열지 않았다.

■ 불통의 리더십, 시민을 외면한 행정

장암 테크노밸리만이 아니다. ‘7호선 민락역 신설’ 또한 추진이 무산됐지만, 시장은 단 한 번도 시민에게 사과하거나 경위를 설명하지 않았다.

같은 사안으로 포천시 백영현 시장이 취임 직후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공약 수정안을 제시한 것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시민과의 신뢰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형성된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책임을 공유하는 태도가 정치인의 기본이다.

그러나 김 시장은 공약의 성과를 홍보하는 데는 적극적이면서, 미이행 공약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른바 자화자찬형 행정 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도시철학의 모순 - “멈춘 차량기지, 달리는 발전소”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차량기지 이전은 수년째 진척이 없는 반면 인근 부지의 연료전지 발전소 건립은 시장 승인 아래 신속히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 미래의 핵심 비전에는 손을 놓으면서, 오히려 장기 부지 활용을 제약할 수 있는 시설물은 일사천리로 허가했다면, 이는 행정 우선순위의 기준 자체가 흔들린 것이다.

이런 모순된 결정 구조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비전의 부재, 나아가 시장 리더십의 방향성 상실을 드러낸다.

도시는 계획으로 성장하지, 즉흥적 허가로 발전하지 않는다.

■ 남은 임기, ‘공약 실패’보다 두려운 것은 ‘소통 실패’

김동근 시장의 공약 불이행은 단순한 행정 미흡을 넘어, 시민 신뢰 관리의 실패’로 해석된다.

도시 행정의 신뢰는 ‘완벽한 성공’에서가 아니라, 정직한 실패의 고백’에서 비롯된다.

지금이라도 김 시장은 장암 테크노밸리의 추진 불가능 사유를 명확히 공개하고, 대체 가능한 지역발전 전략을 시민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공약은 선거 때 한 약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임기 내내 지켜야 할 행정의 나침반이다.

시민은 결과보다 진정성 있는 소통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