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장초복 기자] ​최근 서미화 의원실을 통해 드러난 최근 5년간 의료인 148명의 대리처방 적발 사례는 의료계의 근간을 흔드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의료 행위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심지어 병역의사나 수감자까지 연루된 이 현실은 분노를 넘어 깊은 우려를 낳는다.

​대리처방은 단순한 행정 절차 위반이 아니다. 이는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약물을 투여하는 행위로, 수면제나 비만치료제처럼 오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약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시한폭탄'과 같다. 스틸녹스정 같은 약물이 남용되었다는 사실은, 의료 시스템의 가장 취약한 고리가 언제든 끊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가장 씁쓸한 부분은 조직적인 공모와 관리 시스템의 허점이다. 병원장이 병역의사를 동원해 수천 건의 대리처방을 벌이고 부당 이득을 취한 사건은, 일부 의료기관이 수익을 위해 윤리적 책임을 저버렸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사법처분 결과가 관련 기관 간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처벌받은 의사가 다시 전담의사로 임용되는 '구멍'이 있었다는 지적은, 처벌의 실효성과 재발 방지 의지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징역형을 받은 20명 외에 대다수가 벌금형이나 기소유예에 그쳤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리처방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현행 법적·행정적 처벌 수위가 경미한 것은 아닌지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면허 정지나 취소와 같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할 때다.

​서미화 의원이 촉구했듯, 이제는 적극적인 수사와 함께 기관 간의 소통 창구 마련이라는 제도적 '메스'를 통해 이 고질적인 병폐를 도려내야 한다.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통해 비대면 처방에 대한 강력한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특히 병역의료와 같이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의사에 대한 윤리 교육 및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환자를 보지 않고 처방하는 의사'는 의사가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이 불법 행위에 대해 의료계는 스스로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할 것이며, 국회와 복지부는 더 이상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 않는 강력한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할 때다. 이것이 바로 무너진 의료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