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중요한 열쇠다. 특히 바람이 풍부한 해상을 활용해 대규모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해상풍력발전은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발전 및 에너지 공기업들이 총 85조 원 규모의 37개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완공된 해상풍력 사업은 단 두 곳에 불과하며, 나머지 35개 사업은 여러 문제로 인해 더딘 진행을 보이고 있다. 해상풍력 사업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바로 금융 지원과 인력 확충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규모 자본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해상풍력 사업은 순탄히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해상풍력은 단순히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기술 혁신 등 다양한 부가적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안정적인 금융 조달이 필수적이다. 해상풍력 사업의 총사업비 85조 원 중 약 68조 원이 금융을 통해 조달되어야 하는데, 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PF는 미래에 발생할 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해당 사업의 성공 가능성과 리스크를 평가해 투자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공기업들이 추진하는 해상풍력 사업은 높은 부채 비율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많은, 공기업들이 재정적으로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금 조달은 부채를 더 늘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채 증가 우려는 결국 공기업들이 해상풍력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금리가 상승할 경우, PF를 통한 자금 조달 비용도 증가하게 되어 사업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크다.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금융 조달 문제는 해상풍력 사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에너지 펀드’와 ‘해상풍력 맞춤형 보증지원’ 같은 금융 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해외, 자본이 국내 해상풍력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해상풍력 산업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기업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고, 안정적인 금융 조달을 지원하는 보다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금융 지원만큼이나 시급한 문제가 바로 인력 부족이다. 해상풍력 사업은 고도의 기술과 전문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다. 바다 한가운데에 대규모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유지‧관리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기업들이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중부발전은 25조 원 규모의 8개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하는 인력은 단 8명에 불과하다. 한 명당 3조 2천억 원 규모의 사업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은 사업의 효율성이나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공기업들 역시 인력 배치 상황이 들쭉날쭉하다. 한국남부발전은 2개 사업에 13명의 인력을 배치했고, 한국전력은 7개 사업에 46명을 투입했지만, 이조차도 사업 규모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 해상풍력 사업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며, 사업이 진행될수록 더 많은 인력과 기술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인력 부족 상황에서는 사업이 지연되거나 그 완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공기업은 해상풍력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자금이 충분히 확보되더라도 사업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또 다른 이유는 인허가 절차의 복잡성과 주민 수용성 문제다. 해상풍력발전은 육상보다 훨씬 까다로운 환경에서 이루어지며, 해상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평가가 필수적이다. 이로 인해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환경영향평가, 어업권 갈등, 지자체와의 협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주민 수용성 문제가 해상풍력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상풍력발전이 들어서면 지역 주민들이 생활 환경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주민들과의 협의와 상생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중단되거나 장기화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 참여형 사업 모델을 도입하거나, 주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주민 수용성 문제는 해상풍력 사업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정부는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120GW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목표이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상풍력발전이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금융, 인력, 인허가 및 주민 수용성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통해 공기업들이 해상풍력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공기업들의 해상풍력 사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 각 공기업이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는 효율성이나 자원의 배분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해상풍력 사업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공기업들이 부채 부담으로 인해 사업을 축소하거나 지분율을 낮추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상풍력은 단순한 에너지 사업이 아닌, 국가 에너지 전환 전략의 핵심이자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해상풍력발전은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선도국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직면한 금융 지원 문제와 인력 부족 문제는 사업의 성공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다. 정부와 공기업이 긴밀히 협력하여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85조 원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아가, 국가적 목표인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나서서 해상풍력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