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참모들과 소통이 없거나 부족했던 것은 천만다행이다. 만일 참모와 군인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주고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졌다면, 우리나라의 비극은 시작됐을 것이다.

아마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영구집권의 권좌에 올랐을 것이고, 왕비를 꿈꿨던 전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과의 권력다툼에 쌍심지를 켜고 암투가 벌어졌을 것이다. 대통령의 자리에 있을 때도 부부가 따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부 국민의힘 당원과 국회의원은 권력에 편승하려고 두 갈래로 나뉘어 달려들었을 것이고, 수많은 국민과 야당 국회의원은 민주주의와 정의, 공정을 외치다 목이 타들어 가는 상태로 어디론가 흔적을 감추었을 것이다.참으로 끔찍한 일이 현실로 다가올 뻔했다.

서방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빈공간에 들어와 주인행세를 해볼까 호시탐탐 노렸을 것이고, 윤석열과 김건희는 민주주의와 자유 물결이 흐르는 틈새까지도 독재라는 두 단어로 메꾸어 가고자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대외 협력관계는 두절 되고 수출은 거북이 걸음을 하고, 거리마다 총과 둔탁한 전투화 발소리가 질서 없이 혼잡해 있을 것이다.

윤석열의 과거 행적을 보면 9년 동안 법조문을 암기하여 검사가 되었고, 사회생활은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엄격한 검사 생활이 전부였다. 그가 잘하는 것은 호통과 분노로 상대를 복종시키고 흑백논리를 내세워 가려내는 것이었다. 공정과 정의, 자유와 평화, 소통과 대화는 입가에 묻은 콩 국물 정도였다.

대통령이라는 지시와 통제의 위치에 있으면서 술기운에 의지하여,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 온 장ㆍ차관과 군인들의 정신까지 움켜쥐고 가스라이팅하고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인격이 형성되기 위한 바탕까지도 의심스러운 것은 비록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심장이 두근거린다. 참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기 때문이다.

높은 직위가 주어질 때는 그 무게만큼 국가와 국민을 섬기고 일을 잘하라는 국민의 선물일 것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지시만 하고 누리는 자리로 오인했다. 오로지 나와 아내의 안위와 안락을 위해서 권력을 사용한 것이다.

지시는 권위로 제압하는 분위기로 자기주장만 하는 것이다. 소통이나 대화 없이 자기 생각을 전달하여 실행을 요구한다. 그러기 때문에 지시한 사람은 내용의 타당성에 대해서 책임져야 하고, 수행한 사람은 이행 책임을 져야 한다.

또 한 번 다행스러운 것이 장ㆍ차관과 군부대 3성 장군들을 무시하고 일방통행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말 한마디면 옳고 그른 것을 떠나 목숨 걸고 이행하는 공산주의 독재를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옳지 않은 일을 설정해 놓고 부하에게 칼만 쥐어주면 찌를 것이라는 허황된 망상에 사로잡힌 것이다.

낯선 계엄 선포문은 참모들의 눈과 귀도 의심케 했다. 어두운 삼경이었지만, 국민들은 이상한 비상계엄을 진압하려고 멀고 가까운 곳 가리지 않고 잰걸음으로 달려왔으며, 도착해서는 실핏줄처럼 가느다란 빛줄기 모아 어둠이 드리워진 구석구석을 들추었다.

눈 부릅뜨고 목숨 내놓은 사람은 군인과 경찰이 아닌 평범한 국민이었다. 역사 앞에서 도발은 언제나 무릎 꿇었다. 구겨지거나 주저함 없이 도도했다.

그 뒤로 새로운 장이 열렸지만, 젖은 채 남아있는 도발의 흔적은 말끔히 지워내야 한다. 먼 길을 돌아가더라도 신발 끈을 조여 매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깨끗한 지도가 세계 방방곡곡에 투영될 것이다. 천둥처럼 요란했던 어둠을 말끔히 걷어 낼 때 문명의 빛은 진부에서 창조로 옮겨 가며 끝없이 산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