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윤재갑 기자] 지난 4일 밤, 성남시는 갑작스러운 폭설로 사실상 도시 기능이 멈춰섰다. 주요 도로는 몇 시간째 정체를 거듭했고, 대중교통은 마비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시민들은 퇴근길에 갇혀 발을 동동 구르며 귀가를 포기해야 했고, 골목길은 순식간에 빙판으로 변해 어르신들은 집 밖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 혼란의 한가운데서 “제설이 너무 늦다”, “시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시민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그 시각, 시장은 어디에 있었을까.

폭설이 예보된 상황에서도 충분한 대비는 이뤄지지 않았고, 신상진 시장은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열린 행사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행사 시간이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였던 만큼, 폭설이 본격화되던 시점에 시장이 성남의 상황을 제대로 챙겼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재난 상황에서 시민이 절박하게 외친 것은 단 하나였다.
“시장님이 직접 나서서 제설을 챙겨달라.”
하지만 시장은 현장이 아니라 행사장에 있었다. 시민의 안전보다 우선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난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제적 행정’이다. 지방정부의 최고 책임자인 시장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 특히 폭설처럼 예측 가능한 재난의 경우, 사전에 충분한 대비가 가능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다면 이는 행정 리더십 부재를 의미한다.

폭설 예보가 있었던 만큼 최소한 다음과 같은 조치가 즉각 준비됐어야 한다. 제설 장비의 출동 대기, 간선도로 및 주택가 제설 우선순위 설정, 야간 대응 인력 배치, 시민 대상 안내 메시지 발송, 취약계층 중심의 안전 점검 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행정 체계의 결함이다.

같은 시간 수원시는 자동 염수 분사장치 가동을 확대하고, 구별 취약 구간을 사전 점검하며, 실시간 대응 상황을 시민에게 공개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 시민 안전을 최우선에 둔 적극행정이었다. 반면 성남시는 계획은 있었다고 하지만 실행이 미흡했다. 폭설 대응이 뒤처졌다면 이는 시장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몇 가지를 분명히 요구한다.
첫째, 재난 상황에서는 어떠한 행사보다 시민 안전을 우선하는 행정 원칙을 세워야 한다.
둘째, 제설 대응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즉각 보완해야 한다.
셋째, 눈만 오면 마비되는 골목길·경로당 주변 등 생활밀착형 취약지역에 대한 우선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제설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어르신·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안전을 위한 긴급 조치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 행사는 없다. 재난 앞에서 지방정부가 어떤 모습으로 대응하느냐는 행정의 진정성을 가르는 시험대이다. 성남시가 보여주기식 행정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시민을 지키는 실질 행정으로 나아갈 것인지, 이제 시장이 답해야 할 때이다.

신상진시장의 임기는 이제 8개월 남짓 남은 상태이다. 시민의 안전을 챙기는 것이
행사장을 우선시 하는것보다 이제는 먼저가 되기를 기대하며 재난의 현장으로 가는 것,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것—그것이 지방행정의 기본이며 선출직의 책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