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일자리’인가, ‘낡은 발상’인가?
조희동 | 국장
인천/조희동 기자입력 : 2025. 06. 11(수) 15:13
인천시가 2025년 인천형 어르신 새 일자리 사업으로 총 10개의 사업을 선정하고, 7월부터 5개월간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69명의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이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삶의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 정책 발표를 곱씹어보면, 그것이 정말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는지, 혹은 여전히 구시대적 관성과 사고에 머물러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은 단지 좋은 취지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숫자, 구조, 방향, 그리고 철학까지 따져야 진짜 정책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어르신 일자리 사업은 의문을 넘어 실망스럽다.
인천시가 자랑스럽게 발표한 일자리 숫자는 단 69명이다. 물론 예산이 1억 2천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리적 한계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숫자가 공모를 거쳐 어렵사리 선정된 사업들의 총합이라는 점이다. 인천시가 4월 한 달 동안 공모를 진행해 최종 선정한 사업 수가 10건이고, 이를 통해 고작 69명의 어르신만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이 사업이 얼마나 제한적이고 임시적인지를 드러낸다.
게다가 이 일자리의 운영 기간은 단 5개월이다. 7월부터 11월까지, 그것도 하루 몇 시간 수준의 파트타임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과연 이것이 생계 보조 수단으로서의 일자리인가, 아니면 행정 실적용 단기 활동인가? 더욱이 이 사업은 인천시에 거주하는 약 50만 명의 노인 인구 가운데 단 0.014%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쯤 되면 선정된 사업이라는 말보다 제한된 시범 활동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시의회나 언론이 이런 점을 제대로 짚고 있는가? 공모사업 10건, 참여자 69명, 예산 1.2억 원이라는 숫자 조합은 도리어 정책 무책임의 방증처럼 읽힌다. 시민이 기대하는 일자리 정책은 이벤트가 아니다. 최소한의 지속성, 확장성, 시스템성이 뒷받침되어야 정책이라 불릴 수 있다.
시 보도자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장은 어르신의 경험과 역량을 살린 맞춤형 일자리라는 표현이다. 하지만 실제로 선정된 사업들을 보면 이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금방 드러난다.
커피박 재활용, 편의점 재활용 수거, 화재안전 돌보미, 밥상지원단, 마을 심장지킴이, 노노케어(노인이 노인을 돌봄) 이런 일자리들이 역량 기반인가? 다수의 사업은 사실상 단순 반복 작업, 저임금 단기 노동, 혹은 공공시설 봉사활동에 가까운 업무들이다. 물론 이들 활동이 사회에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 활동들이 왜 경험과 역량이라는 고상한 언어로 포장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인천시는 고령층을 노동력이 아니라 여전히 보호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이토록 반복적으로 단순 업무만이 설계되는가?
정말 어르신의 전문성과 경륜을 사회에 되살릴 의지가 있다면, 보다 지적이고 체계적인 일자리 모델도 가능하다.
예컨대, 은퇴 교사를 활용한 지역 학습 멘토단, 전직 간호사·보건인을 활용한 보건소 상담 프로그램, 공무원·군인 출신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자문단,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강사, 이런 형태의 전문성 환원형 일자리는 왜 고려되지 않았는가? 혹은 고려할 만한 행정 역량이 시에 없었던 것은 아닌가?
이번에 선정된 10개 사업 중 절반 이상이 노인복지관이나 시니어클럽이 수행기관이다. 이 구조도 이미 익숙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구조가 노인 일자리 정책을 일정한 틀에 가둬버린다는 점이다.
복지관과 시니어클럽은 시의 행정 보조를 수행할 수는 있지만, 민간시장과의 연결점은 약하고, 산업 생태계와의 연계도 제한적이다. 그 결과, 노인 일자리는 언제나 공공안에서 만들어지는 공공을 위한 활동에 머문다.
이 방식으로는 도시 전반의 고령화 구조에 대응할 수 없다. 이제는 노인 일자리를 복지적 영역이 아닌 경제·사회·문화적 분야로 확장해야 할 때다. 서울시는 일부 구청에서 민간 IT기업과 협업하여 디지털 기초교육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는 지역 식당과 협력해 시니어 배달 인력을 실험적으로 투입한 바 있다.
왜 인천은 여전히 복지관 중심 공공서비스 반복이라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이는 단지 아이디어의 빈곤이 아니라, 정책 철학의 부재다.
더 큰 문제는 시가 이번 정책을 통해 드러낸 시대 인식의 낙후성이다. 한국은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인천 역시 2025년경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그런데 시가 내놓은 정책은 여전히 2000년대식 복지 일자리 모델에 머물러 있다.
이대로라면 향후 10~20년 안에 인천의 고령층은 사회적 비가시계층으로 고립될 수 있다. 경제적 소외, 건강 불평등, 기술 단절은 물론이고, 사회적 역할 부재로 인한 정체성 상실까지 겪게 될 것이다.
노인을 위한 일자리란, 단지 용돈을 벌게 하는 수준에서 멈추면 안 된다. 그것은 도시와 공동체 안에서 내가 아직도 필요하다는 감각, 내가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라는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지금의 사업은 과연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가?
인천시의 어르신 새 일자리 사업은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 아니라, 문제를 가리고 넘어가는 관리 방식처럼 보인다. 단기 사업, 제한적 참여, 단순 업무, 반복된 복지기관 중심 구조… 어느 하나도 진정으로 새롭거나 도전적이지 않다.
이제는 단순히 일자리 개수로 정책 성과를 말할 수 없는 시대다. 무엇보다 왜, 어떻게, 누구를 위한 일자리인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시는 제대로 답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매년 반복되는 공모 사업은 결국 이름만 바꾼 행정 관성일 뿐이다.
진정한 ‘인천형’이란, 도시의 미래를 읽고, 시민의 삶을 새롭게 엮으며, 세대 간 연결을 만들어가는 비전에서 나와야 한다. 지금 인천시에 필요한 건 일자리가 아니라 정책 철학의 재정립이다. 그리고 그 철학은 노인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 대우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그러나 이번 정책 발표를 곱씹어보면, 그것이 정말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는지, 혹은 여전히 구시대적 관성과 사고에 머물러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은 단지 좋은 취지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숫자, 구조, 방향, 그리고 철학까지 따져야 진짜 정책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어르신 일자리 사업은 의문을 넘어 실망스럽다.
인천시가 자랑스럽게 발표한 일자리 숫자는 단 69명이다. 물론 예산이 1억 2천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리적 한계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숫자가 공모를 거쳐 어렵사리 선정된 사업들의 총합이라는 점이다. 인천시가 4월 한 달 동안 공모를 진행해 최종 선정한 사업 수가 10건이고, 이를 통해 고작 69명의 어르신만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이 사업이 얼마나 제한적이고 임시적인지를 드러낸다.
게다가 이 일자리의 운영 기간은 단 5개월이다. 7월부터 11월까지, 그것도 하루 몇 시간 수준의 파트타임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과연 이것이 생계 보조 수단으로서의 일자리인가, 아니면 행정 실적용 단기 활동인가? 더욱이 이 사업은 인천시에 거주하는 약 50만 명의 노인 인구 가운데 단 0.014%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쯤 되면 선정된 사업이라는 말보다 제한된 시범 활동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시의회나 언론이 이런 점을 제대로 짚고 있는가? 공모사업 10건, 참여자 69명, 예산 1.2억 원이라는 숫자 조합은 도리어 정책 무책임의 방증처럼 읽힌다. 시민이 기대하는 일자리 정책은 이벤트가 아니다. 최소한의 지속성, 확장성, 시스템성이 뒷받침되어야 정책이라 불릴 수 있다.
시 보도자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장은 어르신의 경험과 역량을 살린 맞춤형 일자리라는 표현이다. 하지만 실제로 선정된 사업들을 보면 이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금방 드러난다.
커피박 재활용, 편의점 재활용 수거, 화재안전 돌보미, 밥상지원단, 마을 심장지킴이, 노노케어(노인이 노인을 돌봄) 이런 일자리들이 역량 기반인가? 다수의 사업은 사실상 단순 반복 작업, 저임금 단기 노동, 혹은 공공시설 봉사활동에 가까운 업무들이다. 물론 이들 활동이 사회에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 활동들이 왜 경험과 역량이라는 고상한 언어로 포장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인천시는 고령층을 노동력이 아니라 여전히 보호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이토록 반복적으로 단순 업무만이 설계되는가?
정말 어르신의 전문성과 경륜을 사회에 되살릴 의지가 있다면, 보다 지적이고 체계적인 일자리 모델도 가능하다.
예컨대, 은퇴 교사를 활용한 지역 학습 멘토단, 전직 간호사·보건인을 활용한 보건소 상담 프로그램, 공무원·군인 출신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자문단,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강사, 이런 형태의 전문성 환원형 일자리는 왜 고려되지 않았는가? 혹은 고려할 만한 행정 역량이 시에 없었던 것은 아닌가?
이번에 선정된 10개 사업 중 절반 이상이 노인복지관이나 시니어클럽이 수행기관이다. 이 구조도 이미 익숙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구조가 노인 일자리 정책을 일정한 틀에 가둬버린다는 점이다.
복지관과 시니어클럽은 시의 행정 보조를 수행할 수는 있지만, 민간시장과의 연결점은 약하고, 산업 생태계와의 연계도 제한적이다. 그 결과, 노인 일자리는 언제나 공공안에서 만들어지는 공공을 위한 활동에 머문다.
이 방식으로는 도시 전반의 고령화 구조에 대응할 수 없다. 이제는 노인 일자리를 복지적 영역이 아닌 경제·사회·문화적 분야로 확장해야 할 때다. 서울시는 일부 구청에서 민간 IT기업과 협업하여 디지털 기초교육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는 지역 식당과 협력해 시니어 배달 인력을 실험적으로 투입한 바 있다.
왜 인천은 여전히 복지관 중심 공공서비스 반복이라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이는 단지 아이디어의 빈곤이 아니라, 정책 철학의 부재다.
더 큰 문제는 시가 이번 정책을 통해 드러낸 시대 인식의 낙후성이다. 한국은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인천 역시 2025년경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그런데 시가 내놓은 정책은 여전히 2000년대식 복지 일자리 모델에 머물러 있다.
이대로라면 향후 10~20년 안에 인천의 고령층은 사회적 비가시계층으로 고립될 수 있다. 경제적 소외, 건강 불평등, 기술 단절은 물론이고, 사회적 역할 부재로 인한 정체성 상실까지 겪게 될 것이다.
노인을 위한 일자리란, 단지 용돈을 벌게 하는 수준에서 멈추면 안 된다. 그것은 도시와 공동체 안에서 내가 아직도 필요하다는 감각, 내가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라는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지금의 사업은 과연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가?
인천시의 어르신 새 일자리 사업은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 아니라, 문제를 가리고 넘어가는 관리 방식처럼 보인다. 단기 사업, 제한적 참여, 단순 업무, 반복된 복지기관 중심 구조… 어느 하나도 진정으로 새롭거나 도전적이지 않다.
이제는 단순히 일자리 개수로 정책 성과를 말할 수 없는 시대다. 무엇보다 왜, 어떻게, 누구를 위한 일자리인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시는 제대로 답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매년 반복되는 공모 사업은 결국 이름만 바꾼 행정 관성일 뿐이다.
진정한 ‘인천형’이란, 도시의 미래를 읽고, 시민의 삶을 새롭게 엮으며, 세대 간 연결을 만들어가는 비전에서 나와야 한다. 지금 인천시에 필요한 건 일자리가 아니라 정책 철학의 재정립이다. 그리고 그 철학은 노인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 대우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인천/조희동 기자 121d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