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서,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갔습니다. 지난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영양까지 번졌다는 소식은 봄을 기다리던 우리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푸르러야 할 산이 검게 그을리고,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소식에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새마을문고대구서구지부 김성희 회장님께서 “작은 손길이라도 보태자”는 말씀을 전해주셨고, 동별 문고지도자와 회원들이 기꺼이 뜻을 함께해 주셨습니다.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각자의 정성을 담아 성금과 물품을 모았습니다. 이동운 고문님의 헌신적인 지원도 더해져, 우리는 예상보다 더 많은 나눔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4월 5일, 비가 조용히 내리던 날. 우리는 영양으로 향했습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차 안은 고요했고, 모두가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불에 탄 그곳의 아픔 앞에서 우리가 준비한 이 작은 손길이 과연 온기를 전할 수 있을까. 그 물음은 누구도 말로 꺼내지 않았지만, 모두의 마음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참담했습니다. 검게 타버린 산, 불에 그슬린 나무의 잔해, 공기 중에 배어 있는 잿가루 냄새. 침묵 속에서 우리는 무너진 삶의 흔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상실의 무게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산불 피해지역 방문을 위해 수건, 치약, 비누 등 아홉 가지 생필품과 방한복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작은 상자 하나하나를 포장하면서 우리는 단순히 물건을 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자를 접을 때마다, 모두가 한마음이었습니다. ‘이 물품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회원들이 함께 모은 성금 246만 원도 전달했습니다. 액수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함께 살아가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동체를 위한 나눔, 그리고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를 잊지 않는 새마을정신이 거기 있었습니다. 직접 피해 주민들을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오도창 영양군수님과의 면담을 통해 그들의 아픔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군수님은 우리의 나눔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고, 짧은 대화 속에서도 지역을 지키려는 간절함과 책임감이 묻어났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비는 여전히 내렸습니다. 창밖의 잿빛 산과 들녘은 여전히 슬픔을 머금고 있었고, 차 안은 더 깊은 침묵으로 가라앉았습니다. 불길은 모든 것을 순식간에 삼켜버렸지만, 그 상처를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 활동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서, 공동체 의식과 새마을정신이 살아 숨 쉬는 실천의 시간이었습니다. 산불로 삶의 자리를 잃고도 묵묵히 견뎌내고 계신 분들께, 우리가 전한 마음이 다시 일어설 용기를 건넸기를 소망합니다.

[새마을문고대구서구지부 평리5동분회 김해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