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형] 나는 선거 날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투표 장소로 간다. 능력 있고 일 잘하는 사람을 찍으러 가는 것이 즐거웠다. 투표 날에는 항상 이른 아침에 나서지만, 아내는 투표에 별 관심이 없는지 아니면 찍을만한 후보자가 없어서인지 소극적이었다.

몇 년 전부터는 두 자녀가 성인이 되자 투표에 관심을 보이면서 아내도 덩달아 관심을 불러일으켜 우리 가족 모두는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가까운 곳에 산책한 후 점심은 외식했다. 그리고 카페에 들러 맛있는 차를 마시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나의 권리행사를 이행하는 것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우리나라 투표율은 대선 때는 높은 투표율을 보이지만, 그 외 다른 선거 때는 투표율이 저조한 편이다. 아마 투표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라도 있다면 높은 투표율을 보였을 것이다. 두 자녀 때문에 투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아내처럼 많은 국민이 투표에 관심을 보이게 한다면 투표 참여율은 높아질 것이다. 나라의 일꾼을 뽑는 선거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다면 당선된 정부 대표의 정당성이 약화 될 수 있다.

선거는 국민의 의사를 모아 정치를 정당화하는 핵심 장치이다. 또 투표율 저조는 소수만의 의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다. 투표율 저조가 반복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정치와 국민 사이에 거리감이 커지고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는 이유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투표율 저조는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더욱 커질 뿐 아니라 공약사항 불이행도 나타날 수 있다. 또 권력은 어둠 속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표를 잃은 민주주의는 목소리를 잃은 웅변가 같고, 투표하지 않은 침묵은 민주주의를 지우는 지우개와 같을 수 있다.

결국 선뜻 내던진 선거의 무관심이 거대한 침묵 되어 민주주의 심장을 멎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선거는 후보자들의 정책대결이 되어야 한다. 네거티브로 목소리 크고 싸움 잘하는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보는 사회적 평등과 복지증진을 부르짖고, 보수는 경제발전과 국가 안보를 중시하지만, 요즘에는 정책 노선이 서로 바뀌기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유권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선거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통치 질서를 형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제도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 주권주의를 실현하는 제도의 하나로 주권자인 국민은 선거를 통해 직접 정치에 참여하도록 했다.

선거는 정치집단뿐 아니라 사회단체나 경제단체, 문화단체, 노동ㆍ농민단체와 사회 모든 조직의 단체와 대표를 선출하거나 의사결정 행위까지 선거를 통해 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선거 행정의 법적ㆍ제도적 책임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있지만, 정치적ㆍ도덕적 행위를 포함한 총체적 책임은 행정안전부장관과 법무부장관, 국무총리에게 있고, 최종 책임은 헌법 수호자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대통령은 민주주의 책임자로서 선거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보장해야 하는 큰 책임이 있다.

그리고 행정부의 수반으로써 행정부를 지휘ㆍ감독 권한이 있으며, 국가 정책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진다. 요즘 제1야당에 먹구름이 뿌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검과 홍준표 전 의원이 밝힌 ‘국민의 힘’내부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유사 종교단체 교인들을 대거 당원으로 가입시켜 국민들의 비난하는 목소리가 온 나라를 들썩이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지만, 정교일치를 주장하는 교리에 ‘국민의 힘’이 따라갈 이유가 있단 말인가. 개인의 일탈로 벌어진 일이든, 조직적인 일탈이든 국민이 갖는 합리적인 의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