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여우와 포도, 그리고 안전” – 숙박시설 화재는 예방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솝우화 ‘여우와 신 포도’에는, 높은 나무에 열린 포도를 따지 못한 여우가 “저 포도는 시어서 먹을 수 없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되지 않는 이유를 합리화하려는 태도’를 꼬집는 이야기다. 숙박시설 화재 예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시설의 규모나 인력 부족, 비용문제를 이유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는 태도는 곧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변명은 생명을 구하지 못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들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2024년 부천시의 한 모텔 화재로 인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사건은 단순한 사고를 넘어, 화재 예방의 중요성과 시설 관계인의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워준 비극적인 사례였다.

부천 모텔 화재의 경우, 관계인의 초기 대응 미흡, 소방시설 점검 부실, 그리고 객실 내 비상구 안내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 누구도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결국 여러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화재는 ‘가능성’이 아니라 ‘확률’의 문제다. 특히 숙박시설은 다수의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며, 야간에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라는 특성상 화재 발생 시 대피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관계인의 역할은 단순한 관리자 수준을 넘어, ‘안전책임자’로서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또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첫걸음은 기본의 철저한 이행이다.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의 정상 작동 여부를 수시로 점검하고, 관계자와 종사자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객실 내부에는 비상 대피 경로를 알기 쉽게 게시하고, 비상시 대처 매뉴얼도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법적 기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법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며, ‘안전’이라는 가치는 그 이상의 실천이 동반될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여우처럼 포도가 시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손에 닿을 때까지 실천과 노력을 반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화재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아니라, ‘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일어나는 일’이다. 숙박시설의 관계인과 관리자 모두가 이 점을 명심하여,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되는 철저한 화재 예방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지켜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