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국 “신인 시절 떠올라 울컥…뮤지컬 늦바람 들었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세 번째 출연
두달만에 12㎏ 감량…"앞으로 5㎏ 더 뺄것"
[인터뷰] “오디션 계속 도전…이제 걸음마 뗀 기분”
김부삼 기자입력 : 2022. 11. 29(화) 21:36
▲배우 송일국. (사진=씨제스 제공)
[김부삼 기자] '정말 대단해, 페기 소여. 넌 이제 스타의 길로 들어섰어. 브로드웨이 42번가라고 하는 저 찬란하지만 험난한 계곡을 페기가 밝게 빛내줘. 하지만 누구에게도 너의 온 마음을 다 주지는 마. 난 너의 여린 마음이 상처받는 걸 보고 싶지 않으니까.'

브로드웨이의 스타 연출가인 줄리안 마쉬는 코러스걸에서 일약 스타가 된 페기 소여에게 이렇게 말한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 중인 배우 송일국은 이 마지막 대사를 연습하며 펑펑 울었다.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금세 줄리안 마쉬가 되어 대사를 읊었다.

"처음이었어요. 이번에 연습하면서 엄청 많이 울었죠. 시대 배경은 1930년대 브로드웨이지만, 사실 우리 배우들의 이야기잖아요. 연출이 신인일 때의 저를 앞에 두고 얘기하는 느낌으로 해보라고 했죠. 벌써 25년여 전인데, 정말 울컥하더라고요."

송일국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다 주지는 마'라는 말이 와닿더라. 젊었을 때가 생각났다. 저는 어릴 적부터 배우를 꿈꿨던 사람은 아니었지만(원래는 미대를 꿈꿨었다), 이 길에서 상처도 받고 시련도 겪었다. 무명 시절도 4~5년 정도 있었다. 옛 생각이 겹쳐지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2020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출연이다. 송일국은 "이번엔 칼을 갈고 나왔다"며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고, 두 번째엔 눈 수술을 받느라 한 달간 연습을 못해서 실수 없이 공연을 하는 것만 해도 감사했다"고 돌아봤다.

"예전엔 카리스마 있는 모습에 치중했다면, 이번엔 인간적인 면에 많이 신경 썼어요. (극 중 스타 역인) 도로시 브록과의 대립 등 드라마를 더 살리려 했죠. 원래 쇼적인 요소가 강한데 이번 시즌은 스토리도 기억에 남게 하는 게 목표에요."

배역을 더 잘 해내고 싶어 체중도 감량했다. 두 달 만에 12㎏을 뺐고, 지금도 고구마·바나나 하나로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5㎏ 정도를 더 뺄 예정이다. "앞서 말한 마지막 신이 허탈한 느낌이어야 감정이 잘 나오거든요. 5㎞를 뛰고 와서 아무것도 안 먹고 지친 상태로 이 대사를 할 때 그분이 가끔 와요.(웃음)"

첫 공연은 어김없이 떨렸다.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매번 무대에 설 때 긴장돼요. 저는 예민한 배우가 아니라 둔한 배우다 보니까 남들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하죠. 항상 공연의 영상을 촬영하고, 복습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큰 사랑을 받은 세쌍둥이 아들 대한, 민국, 만세는 물론 아내와 어머니 김을동, 여동생 등 가족들도 첫 공연을 모두 관람했다.

"제겐 가족들이 가장 어려운 평론가죠. 어머니와 여동생은 배우고, 아내는 (판사지만) 합창단을 오래 해서 음감이 뛰어나요. 첫 공연 끝나고 얼마나 깨졌는지 몰라요. 어머니는 제가 걱정됐는지, (같은 배역인) 이종혁 배우 공연도 따로 보고 왔어요. 동생은 살 좀 더 빼라고 하더라고요."

초연 때부터 보컬 연습은 꾸준히 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의 반도 못 미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줄리안 마쉬는 이야기 전개를 끌고 가는 역이라 대사가 가장 많아요. 노래는 두 곡밖에 없지만, 모두 2막에 있죠. 연습할 땐 잘되는데, 목이 안 좋은 상태로 불러서인지 한번도 그정도가 안 나왔어요. 목표는 홍광호 배우예요. 홍광호 배우가 100점이라면, 이번 공연 목표는 85점이죠. 연습실에선 87점까지도 받아봤는데, 공연 땐 70점을 넘은 적이 없어서 아쉽죠."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재미를 느낀 송일국은 오디션을 계속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차례 떨어졌지만,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며 합격이 기적이란다. 뮤지컬에선 이제 걸음마를 뗀 신인과 같다는 것. "그래도 조만간 좋은 소식도 들릴 것"이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이 작품 전엔 애국가와 동요밖에 안 부르던 사람이었는데, 노래 연습을 하면서 음이 한 옥타브가 올라갔어요. 집에서도 아이들과 피아노 연습을 해요. 늦바람이 들었죠. 아내가 제 공연을 본 날 어머니한테 저를 존경한다는 얘기를 문득 하더라고요. 사실 드라마로 정점도 찍었잖아요. 새롭게 계속 도전하며 느리지만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말해줬죠."

그는 "배우가 무대에 두 발로 디딘다는 걸 이제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고 했다. 2010년 '나는 너다'로 첫 연극에 도전한 그는 그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단다. "공연 경력이 10년이 조금 넘었어요. 전에는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었다면, 처음으로 두 발로 무대에 서 있는 기분이죠."

경쾌한 탭댄스를 즐길 수 있다며 연말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추천했다. "쇼뮤지컬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에요. 수없이 많이 본 저희 배우들도 지금도 신나고 늘 새로워요.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죠."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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