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장초복 기자] 정치인의 공약은 시민과의 약속이다. 하지만 그 약속이 법적 근거 없는 ‘아집’과 결합할 때, 행정은 파열음을 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동체의 몫으로 돌아온다. 최근 수의계약으로 처분된 의정부 고산동 물류창고 1-1부지 사태는 ‘무책임한 포퓰리즘 행정’이 불러올 재앙의 서막을 보여주고 있다.

900억 땅이 580억에 낙찰… 증발한 320억 원의 행방

최근 S자산신탁이 공매를 통해 처분한 고산동1-1부지의 낙찰가는 580억 원 수준이다. 원래 사업자가 LH에 제시했던 땅값 900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320억 원이 공중으로 분해됐다. 여기에 지난 수년간 쌓인 천문학적인 이자와 금융비용을 더하면 사업자가 입은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문제는 이 ‘320억 원의구멍’이 단순한 민간사업자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이 부족분이 의정부시를 향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말 한마디에 멈춰버린 행정 절차가 결국 시민의 혈세로 메워야 할 거대한 빚더미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취임 직후 “물류센터 백지화는 시민과의 약속”이라며 이를 자신의 ‘업무지시 1호’로 치켜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적법하게 허가된 건축권을 시장이 임의로 취소할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시 자체 TF조차 “직권취소 불가”라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시는 ‘상생협약’이라는 이름 아래 시간 끌기 전략으로 일관했다.

자금 줄이 막힌 사업자는 고사(枯死) 상태에 빠졌고, 결국 공매라는 파국을 맞았다.

김 시장은 후보 시절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백지화한다”는 확약서에 자필 서명까지 했다. 이는 단순한 정책적 판단을 넘어 개인의 법적 책임을 묻게 될 결정적 증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시가 패소할 경우, 시장 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행정의 시간은 멈췄고, 갈등의 불씨는 타오른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행정의 불투명성이다. 시의회에서 비공개를 전제로 TF 검토 내용을 보고하겠다던 시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대안으로 제시된 오피스텔 전환 역시 1-1부지에서는 미지수로 남았다.

백지화 되었다고 믿었던 시민들은 이제 소송전이라는 늪에 빠진 지역행정을 지켜봐야 할 처지다.

정치는 구호로 하지만, 행정은 법과 책임으로 하는 것이다. 표를 얻기 위해 던진 ‘백지화’라는 승부수가 부메랑이 되어 의정부시의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내년 선거에서 이 ‘320억 원의 청구서’가 누구의 손에 들려 있을지 시민들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행정의 오류로 발생한 손실을 시민의 세금으로 막는 관행은 이제 끝나야 한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은 폭력과 다름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