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차경수 기자] 올해 구순을 맞은 평범한 할머니 윤필남씨(90세)의 생애 첫 그림 전시회가 오는 14일부터 31일까지 주노아트갤러리 in 아트도서관(관장 허두환)에서 개최된다.

전시는 ‘구순에 여는 첫 그림전’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며, 붓을 처음 잡은 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은 늦깎이 화가의 특별한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윤 할머니는 평범한 주부로 살아오다, 3년 전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찾아온 깊은 상실감과 외로움을 그림으로 이겨냈다. “남편 떠나고 나니 혼자 사는 게 너무 외로워서 자식들이 ‘이제 엄마도 취미 하나 가져보라’고 했지요. 붓 한 번도 안 잡아본 사람이었는데, 그냥 생각나는 대로 그리다 보니 마음이 좀 놓이더라구요.” 그림엔 꽃과 나무, 옛집과 6.25 이전 살았던 마을, 남편과의 여행 등 오랜 기억이 담겨 있다.

작품마다 삶의 결이 고스란히 스며 있으며, 전문적인 기교보다 진심 어린 이야기와 감정이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번 전시는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Grandma Moses)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75세에 그림을 시작해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으며, “늦은 시작은 없다”는 상징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해리 리버만(Harry Lieberman) 역시 76세에 그림을 시작해 미국 현대 민화(folk art)의 중요한 작가가 되었고, 캐나다의 모드 루이스(Maud Lewis)는 평생을 병약한 몸으로 보내면서도 작고 소박한 풍경화를 그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자칭 '가난한 천재 화가'였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윤필남 할머니 역시 미술 교육 없이 오롯이 삶에서 우러나온 그림을 통해, 나이와 상관없는 창작의 가능성과 예술의 위로를 증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노년의 창조성과 회복, 그리고 ‘삶의 마지막 장을 스스로 아름답게 채워가는 이야기’로 감동을 전한다.

전시를 기획한 허두환 관장은 “윤필남 할머니의 그림은 한 편의 구술 생애사이자,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수 있는 기록”이라며 “이 전시가 많은 분께 따뜻한 울림으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 할머니는 “이 나이에 내 그림을 누가 본다는 게 참 고맙고, 부끄럽고, 신기하다”며 “건강하게 오래들 사시고, 제 그림도 한 번 웃으면서 봐주시면 좋겠다”고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