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집단해고 사태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공기업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한전이 오히려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들을 불안정한 고용 상태로 내몬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용우(인천 서구) 국회의원과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도서전력지부는 한전의 탈법적 집단해고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노동 분쟁을 넘어서,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자의 권리 보호라는 중대한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2023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법원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울릉도와 백령도 등 도서지역에서 전력 공급 업무를 맡고 있던 노동자들이 한전의 직접 고용 대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전이 이들에게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했으며, 이들이 한전의 사업에 사실상 편입되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결은 하청 구조 속에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중요한 결정이었다. 법원은 노동자들이 단순히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한전이 고용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한전의 대응은 기대와 달랐다. 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자회사를 설립해 해당 노동자들을 고용하려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본래의 판결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로, 한전이 직접 고용을 회피하고 자회사라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 불안을 만들어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욱이 자회사 고용을 거부한 184명의 노동자들은 결국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하청업체와의 위탁계약을 종료하면서 해당 하청업체가 더 이상 전력 사업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집단해고를 당하는 결과를 맞았다.

한전의 대응 방식은 그 자체로도 논란이 될 수 있지만,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더욱 크다. 공기업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세금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며,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한전은 마치 민간 기업이 불법 파견을 통해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가중시키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용우 의원이 “현대제철 등 대기업이 불법 파견 문제로 노동자들을 괴롭혔던 방식과 동일하다”고 지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공기업의 역할과 책무를 배반하는 행위로, 그 파장은 단순한 노동 문제를 넘어선다.

공기업은 법적 규제를 준수할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특히 공기업이 주도적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다면 이는 국가의 신뢰와 법치주의를 흔드는 중대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한전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회사를 설립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는 이러한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이는 공기업의 역할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이번 사태는 공기업의 책임만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법원은 한전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명확히 판결했지만, 한전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종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는 판결의 이행을 방해하는 행위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노동자들은 안정적인 고용과 생계유지를 위해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특히 하청 구조 속에서 장기간 노동해 온 이들 노동자들은 더욱더 그 보호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전이 자회사 고용이라는 변형된 고용 구조를 통해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오히려 해고로 몰아넣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노동자 184명이 자회사 고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은, 그들의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한전이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다.

이용우 의원(인천 서구)은 이번 사태를 국정감사에서 다루겠다고 밝혔다. 이는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공기업이 법적 판결을 무시하고도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지,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받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고 사건을 넘어, 우리 사회가 공기업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국회는 한전뿐만 아니라 모든 공기업의 고용 구조와 운영 방식을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공기업이 민간 기업과 동일한 방식으로 고용 문제를 처리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이는 공공 서비스의 질 저하와 함께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전력의 이번 집단해고 사태는 단순한 노동 문제를 넘어,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사건이다. 공기업은 국민의 세금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 그 어느 기업보다도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한전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그리고 정부와 국회가 이를 어떻게 다룰지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 한전은 더 이상 법적 판결을 회피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