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김종돈 기자] 롯데건설이 수주한 전국의 건설현장들 중에 최근 부산 경남지역 현장이 올스톱되는 일이 벌어졌다. 부산의 만덕 센텀 대심도 공사, 한진 CY 부지 등 약 8개 사업장, 경남 창원 사화지구 등 4개 사업장, 울산 강동리조트 등 6개 사업장이 이미 공사가 중단되었거나 중단될 예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건설 측은 임직원들의 복지차원에서 공동연차를 확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롯데건설이 수주한 곳들에서도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롯데측은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최근 계열사 매각, 롯데월드타워 담보 제공 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롯데그룹 차원에서 더 이상 롯데건설의 수주사업들을 관리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조합이 지난 2020년 7월 22일 수의계약에 의한 시공자 롯데건설과의 도급계약서를 체결하면서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이행보증금을 받아두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재건축 조합이 건설사와 건설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시공자(건설사)로부터 총 공사비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계약이행보증금(계약보증금)을 받아둔다. 당시 계약서를 보면, 갈현1구역 역시 도급계약 체결시 롯데건설이 위 금액을 조합에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계약이행보증금은 시공과 관련한 하자에 대한 담보의 성격이 있고, 계약을 이행하면서 시공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한다는 확약의 의미를 갖는다.
2020년 당시 합의된 갈현1구역의 총공사비는 9,082억원 규모였다. 이후 추가도급계약서를 체결하면서 175억(이주관리, 범죄예방대책, 수용재결, 지장물)이 증액되었다. 부가세는 별도이다.
본지가 확보한 도급계약서 원본을 보면, 계약이행보증금의 처리 항목에서 을(롯데건설)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보증금을 갑(조합)에게 귀속한다는 조항이 있다.
따라서 갈현1구역 현장에서 앞으로 롯데건설이 자사의 내부 문제로 시공권을 포기하고 철수할 경우 조합원들은 위 금액에 해당하는 약 930억 원의 손실을 이미 확정받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롯데건설이 임시로 공사를 중단한 사태를 업계에서는 외부 반응을 보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건설이 자사 임직원들의 복지를 내세워 공사를 중단하면서 불가피하게 일용직 노동자들, 청소 및 식당 노동자들과 건설노조에 피해를 끼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롯데건설에 대한 신용도와 브랜드 이미지 추락도 불가피해 보인다.

* 본 기자는 갈현1구역처럼 도급계약서가 부실하게 체결된 사업지들로부터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법 수의계약으로 인해 조합원들이 피해를 본 사례들도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