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정영창 기자] 인간은 정지된 시간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삶이 지치고 피곤하고 허전할 때는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잊으려 해도 잊혀 지지 않는 것은 내 마음속에 기록된 일기장 때문이다. 추억의 사전적 의미는 명사로써,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거나 그런 생각이나 일이라고 했다.

지나간 시간은 붙잡을 수 없지만 버릴 수도 없다. 그러나 그 시간들 속에 좋은 일, 궂은 일, 남기고 싶은 일, 잊고 싶은 일들만 불현 듯 떠오를 뿐이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는 그리움은 언제 펼쳐보아도 아름답다. 과거 향수를 자극하며 못내 아쉬워하는 마음속의 잔상이 잠깐잠깐 가슴에 아리어 올 때가 있다.

못 먹고 못 살았던 추억, 힘겹게 일하면서 공부를 해야 했지만, 노는 것 또한 빠뜨릴 수 없었다. 동전치기, 구슬치기, 폐지치기, 고무줄놀이, 말뚝 박기, 비석치기, 연 날리기, 얼음지치기는 정지된 시간 속에 잊을 수 없는 사랑스런 그리움이다. 배를 곯아 가면서 시간을 보내고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던 기억은 잊고 싶은 기억 중에 하나다.

살다 보면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추억은 보통 행복했던 긍정적인 기억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인 사이든, 친구 사이든, 어떤 사이이든 지나간 일들을 서로 대화하며 추억 속의 이야기를 나눈다.

7~80년대 초만 하더라도 누구나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었기 때문에 힘들고 병든 부모님이 계시거나 전답이 없는 집에서는 매일매일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야 했다. 그러나 토지가 있고 건강해서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집에서는 먹는 것 입는 것 공부하는 것 걱정하지 않고 살았다.

젊은 남녀가 연애기간 중에도 헤어짐 없이 결혼까지 성사된 추억, 또는 도중에 헤어지고, 결혼하여 살다가 이혼까지 했던 추억은 지금 생각해봐도 쓴 웃음을 지어야 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추억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행복함, 기쁨, 즐겁고 흥미로웠던 경험보다는 그리움과 아련함이며, 때로는 쓸쓸함, 외로움, 슬픔들이 끼어 있기도 한다. 외로움은 대체가 가능하지만, 그리움은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그립고 아려올 때가 있다.

추억은 이미 지나간 기억을 돌이켜 보는 것이고,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추억은 사실보다 더욱 아름답게, 그리고 더욱 쓸쓸하고 아련하게 그려지게 된다. 우리가 살아온 모든 날들은 기억으로 우리의 생에 기록되어 있다. 긴 시간이 지나 다시 기억 속으로 저장되어지면 추억으로 그려지게 된다. 이런 것들이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기도 하고 감성적인 소재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 단골 소재로 자주 이용되고, 삶을 노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추억은 오로지 경험이나 기억만을 되새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성장 동력으로도 사용된다는 점이다. 지금은 계시지 않지만 아버님이 살아 계실 때 피부 손상부위와 골절 부위에 약초 뿌리를 캐다 바르고 나았으며,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플 때는 무슨 식물을 먹고 낳았다는 추억은 지금도 좋은 경험으로 작용이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과거의 잘못한 일, 과거에 해결 못한 일, 슬펐던 일, 크게 실수를 저지른 일 등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왜 그렇게 했을까? 자신을 원망하고 질책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자기를 더욱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하루빨리 과거의 부정적인 생각에서 빠져 나와야 할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든지, 앞으로 새롭게 하고자 하는 일들을 조목조목 적어보고 실천해 나간다든지 하루빨리 좋지 않은 기억들 속에서 빠져나와 즐거웠던 일, 아름다웠던 일만 기억하며 긍정적인 삶을 살아 갈 때 추억 속의 봄꽃은 활짝 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