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형] 직위를 얻는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선거를 통해서든 회사에서 말단 사원이 직위를 얻든 마찬가지다. 그러나 직위는 단순히 자리를 차지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 직위에 따른 권한과 책임, 의무까지 함께 부여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위를 얻은 사람은 중요한 자리가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직위에 앉으면서 세상을 바꾸고 미래를 창조해 내는 혁명의 선도자가 되지만, 어떤 사람은 직위에 앉자마자 온갖 부정과 비리를 생각하며 세상을 퇴보시킨다. 기존에 있던 잘 된 제도와 시스템까지 바꾸어 가며 자기 욕심만 채우려 안간힘을 쓴다. 국가와 국민, 조직과 회사를 위해 공적으로 사용해야 할 권한이 뻥 뚫린 헛된 욕망 속으로 새어 나가는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공정과 정의를 목소리가 잠기도록 부르짖으며 표를 구한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지역 자치단체장이든 시ㆍ도의원이든 총 4천여 명 이상을 국민이 투표로 선출한다. 선출된 공직자는 국민이 부여한 공권력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한 책임을 지게 된다. 도덕적 역사적 책임까지 포함하여 임기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공권력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다시 국민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그것은 권한의 모든 행사 결과가 전적으로 국민에게 귀속되고 과정에 대해서도 법적 정치적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에서 말하는 책임정치의 핵심 원리다.

국민이 준 권력은 특권이 아닌 책임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직위에 앉은 사람이 국민을 볼모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모두 일거에 척결한다느니, 또는 모두 쓸어 버리겠다느니 하는 것은 친위 세력들을 확보하고 영구 집권의 영욕을 꿈꾸어 오던 것이다.

정치적인 의견이나 생각이 다르면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또 가족이나 측근들의 죄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보다 엄하게 물을 생각은 하지 않고 덮으려고만 급급하다면 어떻게 그 직위를 감당해 낼 수 있겠는가. 서로의 생각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부족한 것은 채워 나가고 잘 된 것은 발전시켜 나가면서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서, 그 직위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자 3박 6일로 정상 회담차 일본과 미국 순방길에 나섰다. 양국 간 서로 우호적이며 화목한 분위기에서 성공적으로 순방을 마쳤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정상 회담 이틀 전, 쇼셜 미디어에 우리나라 내란 종식을 위한 특검 활동 상황을 부정적으로 띄우는 결례를 했지만, 이 대통령은 대화의 기회로 삼고 오해도 풀어 주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거두었다. 이 대통령의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미국 트럼프의 마음을 움직여 오해에 대한 사과까지 받아낸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감정이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감정은 끊임없는 독서와 사색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메마른 사막에는 식물이 살 수 없지만 바람도 쉬어갈 수 없다. 반면에 녹색 그늘이 자욱한 푸른 들녘과 황금벌판에는 사람의 감정을 사로잡는 마력이 저절로 생겨나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직위에 앉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후자일 것이다. 아울러 건강과 교육도 필요하다. 현명한 판단력과 지식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갖추었어도 타이밍을 놓치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것도 직위에 앉은 사람에게는 능력이고 지혜다.

우리나라를 커다란 정원에 비유한다면 국민 개개인은 정원을 이루는 소중한 나무이고 꽃이다. 봄에 피는 꽃, 여름과 가을, 겨울에 피는 꽃이고 나무이다. 모두가 소중하고 아름답다. 지나친 욕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일반 국민을 도구로 보이기 때문에 소중하고 아름다움을 지나치기 쉽다. 그래서 국민은 선출직 위정자들을 뽑을 때 현명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직위에 앉은 위정자들은 자기 욕심을 버리고 국가와 국민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대하고 평화와 안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