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형] 70년대 후반 학창 시절 한자를 처음 접했을 때가 생각난다. 한문 교과서가 있던 시절이라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모두가 열심히 해야 했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는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고 의미를 적어오라는 숙제를 냈다.

나는 숙제를 풀면서 내 이름이 한자로 이렇게 멋질 수 있을까? 그때부터 한자에 매력을 갖기 시작했으며, 한자 교과서는 거의 암기하다시피 하여 점수를 잘 받은 기억이 난다. 한자를 좋아하게 된 나는 지금도 사자성어 어플을 핸드폰 배경 화면에 깔고 수시로 즐겨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가 공인 한자 1급과 한자ㆍ한문 지도사 1급도 쉽게 취득할 수 있었다. 소설이나 문학책을 읽을 때 어려운 단어는 검색창에서 찾아보기도 하지만, 한자로 쓰인 글자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재밌게 볼 때가 많다.

우리 말과 글은 대부분 한자의 영역이다. 많은 한국어 단어가 한자이기 때문에 한자를 알면 단어의 의미를 쉽게 추측하고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한자를 배운다는 것을 어렵게 느껴 아예 멀리하고 있는 것이 요즘 실정이다. 모든 책은 한자가 70~80%로 되어 있어 한자를 알면 세상이 쉽게 보인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말일 것이다. 마을 이름, 산 이름, 역 이름 등 수많은 지명이 대부분 한자로 표기되어 있지만 명칭의 의미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표기된 대로 읽고 지나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한자를 알면 우리 말과 글의 깊이를 알고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또는 한자가 가지고 있는 문학적 내력을 통해 우리 글을 더욱 아름답고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여 우리만의 정신적 토대도 굳게 다질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의식주(衣食住)가 한자다. 음악(音樂), 영화(映畵), 신문(新聞), 잡지(雜紙) 등 많은 단어가 한자이기 때문에 한자를 배우면 말과 글이 쉬워진다. 그렇지만 요즘 한글만으로도 의사소통에 큰 불편 없고 정보화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 번역기, 검색창으로 검색하여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필요성이 감소 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복잡한 문자 구조로 되어 있어 학습에 드는 시간만큼 활용도가 제한적이라는 사람도 많다. 한자가 중국 문자로 인식되기도 하고 대중문화 속에 사용 빈도가 낮아 한자 배우기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은 한자를 배우지 않으면 말과 글의 유래와 의미 등의 깊은 속뜻과 한자가 가지고 있는 교묘한 매력을 느낄 수 없다. 한자 내면에는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숨겨져 있어 한자를 알면 생활에 편리할 뿐 아니라 여행하는 것처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한자는 중국인만을 위한 문자가 아니다. 동북아시아 공동의 문화적 결정체다. 한자를 터득하고 이해하면 순수한 우리말과 조화를 이루어 동북아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문화를 이해해 우리만의 창조적인 문화를 구축할 수 있다. 한자가 지닌 문화적 맥락을 알아 가는 것은 넓은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가다 보면 아, 하! 무릎을 탁! 치며 알아가는 즐거움도 느낀다. 어렵게 느껴지는 한자지만 우리가 꼭 지나야 할 길임에는 들림없다. 쉽지는 않지만 도전해 보자. 조금 더 바짝 다가서 보자. 이야기가 있고 속 깊은 내막이 있어 인간미 넘치는 애환과 공감 가는 문화가 듬뿍 담겨 있어 가까이 하고 싶어질 것이다. 한자를 알면 말과 글의 이해가 쉬워지지만, 그 속에 깃든 의미도 알게 되어 가슴 뿌뜻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