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갈등이 사회적 갈등을 넘어 가족관계는 물론 직장 동료와 친구, 이웃 간에도 사이를 벌려 놓고 있다. 자신의 정치 성향과 다르면 사회활동을 함께할 마음이 소극적으로 변한다는 사람이 많다.

특히 보수와 진보간의 갈등이 심각하고 정치 성향이 다르면 결혼 의향까지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적 견해가 개인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가족 간의 갈등이다.

문화강좌를 함께 받는 옆자리 어르신은 정치적인 이야기가 나오자 난색을 표하며 입을 닫는다. 그는 지난 설 명절 때 아들과 탄핵 정국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가 가정불화가 생겨 명절 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짐을 꾸려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다른 어르신 한 분도 정치적 의견 충돌로 아들과 며느리가 부모 집에만 오면 입을 꾹 닫고 말을 피한다고 한다.

갈등이 그동안 표면으로 나타나지 않은 채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여 골 깊은 갈등의 소지는 없었지만, 이번 대통령 탄핵정국에서는 도드라지게 나타나 아쉽다.

12.3일 비상계엄 선포가 남긴 골 깊은 상처가 당장에 치유되기란 어려워 보인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자행한 비상계엄으로 많은 젊은이들과 국민들은 블랙홀처럼 빨려들어 갔고,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을 기다리며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져 많은 사람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며 갈등은 시작되었다.

벌써 5개월째 우리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불안하고 답답한 가슴으로 지내 온 사람이 많다. 그러나 다행히도 지난 4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탄핵 파면을 결정했다.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공명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다시 끌어내리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는 사람들도 많다.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도 “윤대통령의 국회권한 행사가 다수당의 운영에 국정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느끼는 것은 존중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 국민의 힘이 곧바로 대국민 사과와 승복을 발표했고 탄핵 찬반 집회도 큰 사고 없이 마무리 되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정치적으로 분열되어 있고 갈등도 심했지만 지켜야 할 선한 영향력은 가지고 있는 훌륭한 국민이다. 그러나 아직도 낮게 깔려 있는 앙금을 걷어내야 할 영역이 있다. 가족 간 친구 간 동료 간 이웃 간의 영역이다. 이들의 차이와 사이의 간격을 좁혀 나가야겠다. 차기 정부에서는 정치적 갈등의 영역을 해소하는데 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다. 전직 총리와 현직 목사는 집회 선두에 나서서 국민을 선동하고 청년을 집회에 동원하는 것은 사회 불안을 초래해 갈등을 증폭시키고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뿐이었다. 민주 세력의 빛의 혁명이라는 명목으로 모여 대규모 집회를 주도하는 것도 국가발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여ㆍ야 가릴 것 없이 정치적으로 유ㆍ불리를 따지기 전에 국가와 국민을 돌아 봤으면 좋겠다. 이러한 비경제적인 정치활동이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뻗어 가족의 관계까지 사이를 벌려 놓고 있어 안타깝다. 부모와 자식 간의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를 이루며 모두가 행복한 대화와 소통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갈등은 서로의 존중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배척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치인이 해소해야 할 과제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는 상대를 설득하는 것보다 서로의 주장과 의견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들어 주는 것도 갈등 해소에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부모와 자식, 친지, 이웃 간에도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서로의 의견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한 상호 존중하고 공감해 주는 태도야말로 갈등의 영역을 좁혀 나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