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가 자신 있게 내세우는 수돗물 브랜드 ‘하늘수’의 품질은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기적인 수질 검사 결과는 물론이고, 여러 차례 진행된 품질 평가에서도 안전성과 우수성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최근 환경부와 한국상하수도협회가 진행한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천 시민 중 수돗물을 직접 음용한다는 비율은 28.3%에 불과하다. 전국 17개 시도 중 16위로, 사실상 꼴찌 수준이다.

이 수치는 단순히 시민들이 수돗물 음용을 기피하는 수준을 넘어, 시가 자신 있게 주장하는 최고의 수돗물이라는 슬로건이 시민들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시민들이 수돗물을 직접 음용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면, 단순히, 맛이나 냄새와 같은 문제를 넘어 신뢰의 부재가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인천시 자체 조사를 통해 발표된 결과와 시민들의 실제 반응 간의 괴리가 크다는 점이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시민 77.7%가 하늘수의 품질과 맛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으며, 불만족 비율은 1.4%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마치 인천 시민 대다수가 수돗물에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환경부 조사 결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시민 비율이 28.3%라는 것은 수돗물이 안전하고 맛있다는 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수의 시민이 수돗물 음용을 꺼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차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시의 자체 조사가 얼마나 시민들의 진짜 의견을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특히 시의 조사가 홍보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조사 방식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시 수돗물 음용률이 낮은 이유는 단순히 수질 문제 때문이 아니다. 객관적인 수질 검사에서 인천의 수돗물은 이미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수돗물 음용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크다. 특히 2019년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 사건은 단순히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수돗물 관리 전반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켰다. 이후에도 수돗물과 관련된 작은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보도되며, 시민들은 수돗물 음용을 꺼리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수돗물 음용은 단순히 물맛이나 품질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러나 인천시는 불신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만 집중해 왔다. 실제로 시의 홍보 캠페인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접근은 부족했다.

행정은 실적을 통해 평가받는다. 그러나 실적은 숫자로만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시민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표되는 숫자는 공허할 뿐이다. 인천시의 수돗물 만족도 조사 결과가 환경부 실태조사와 크게 다른 이유는, 시가 시민의 목소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의 만족도 조사는 시민 의견을 스티커로 표시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부정적인 의견을 표현하기 어렵게 설계된 방식으로, 진짜 시민의 생각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한 구조다. 더구나 이런 방식은 수돗물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보다는 홍보용 자료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음용률 목표치도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질 개선과 홍보만으로 음용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접근은 한계가 명확하다. 단순히 수질이 좋다는 결과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시민들이 수돗물을 믿고 마시게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왜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다.

첫째, 수질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단순히 수질이 좋다는 검사 결과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이를 신뢰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지역별 수질 검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거나, 독립적인 기관을 통해 검증받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둘째,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시민들과 공유해야 한다.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개선된 점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시민들에게 상세히 알릴 필요가 있다. 단순히 "안전하다"고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셋째, 시민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이들과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청회나 주민 설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시민들이 직접 수질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돗물은 시민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공공서비스다. 품질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시민들이 이를 신뢰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인천시는 "최고의 수돗물"이라는 수식어를 시민들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수돗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아야 한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는 수년간의 지속적인 노력과 진정성 있는 접근을 통해 쌓아야 한다.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2024년도 환경부 실태조사가 인천시에 중요한 과제를 던져주었을 것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시민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천시가 진정한 수돗물 행정을 구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